전북 현대 파비오 감독대행이 심판에게 삿대질을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전북 이승기가 FC서울과 홈경기에서 후반 8분, 결승골을 넣자마자 퇴장당한 직후의 일이었다. 전혀 문제없는 퇴장 판정이었다. 이미 경고가 1장 있던 이승기는 골 세리머니로 유니폼 상의를 얼굴에 덮었다. 유니폼을 벗거나 얼굴에 덮으면 규정상 경고가 맞다. 이승기는 경고 2회로 레드카드를 받은 것이다.
물론 선수가 퇴장당하는 데 뒷짐 지고 앉아 있는 감독은 없다. 박차고 뛰어나오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파비오의 항의는 좀 지나쳐 보였다. 경기가 잠시 중단됐고, 흥분한 전북 서포터들은 “3류 심판 꺼져”라고 외쳐 댔다. 파비오가 규정을 몰랐던 걸까. 그게 아니었다. 경기 후 파비오의 답변은 더 황당했다. 그는 “퇴장도 맞고 규정도 안다”며 “상대 에스쿠데로는 3번의 강력한 파울을 했는데 구두경고에 그쳤고, 이승기에게만 첫 번째 경고를 줘서 항의를 했다”고 말했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 첫 번째 경고가 잘못 됐다면 그 때 항의를 하고 끝냈어야 했다. 차라리 “선수들의 사기진작을 위해서였다”고 말하는 게 나을 뻔 했다. 파비오는 또한 “서울하고 경기할 때마다 퇴장 당한다. 서울과 경기 때는 아예 1명을 빼고 시작 해야겠다”고 했다. 본인은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지만 참 듣기 거북한 농담이었다.
프로연맹이 가장 강조하는 게 규정을 정확히 알자는 것이다. 규정을 모르거나 규정을 무시하고 감독, 선수가 무턱대고 항의하면 팬이나 관중은 으레 심판이 잘못 봤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심판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경기가 험악해지는 악순환의 시작이다. 이날 파비오의 항의는 도가 지나쳤고, 그 해명도 비상식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