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촌놈’, 좌충우돌 빅클럽 적응기 서울전 결승골 후 상의탈의 세리머니 경고누적 퇴장…“큰 경기 나도 몰래…”
종료휘슬까지 관중석서 마음만 졸여 전북 동료 위로속 에닝요 “바보” 면박
‘광주 촌놈’ 이승기(25·전북 현대)가 큰 일을 냈다. 이승기는 5일 FC서울과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10라운드 홈경기에서 후반 8분 짜릿한 오른발 결승골을 터뜨렸다. 이번 라운드 최고 빅 매치에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전북의 1-0 승. 그러나 득점의 환희는 딱 1분뿐이었다. 이승기는 골 세리머니로 유니폼 상의를 얼굴에 덮었는데 규정 상 경고였다. 이미 그 전에 경고를 1장 받았던 이승기는 곧바로 퇴장당하고 말았다.
○생애 첫 퇴장
경기 후 이승기는 “프로 뿐 아니라 축구하면서 퇴장은 처음입니다. 이렇게 퇴장 당할 줄 몰랐습니다. 큰 경기를 안 뛰어 봐서 흥분을 한 나머지 규정을 알면서도 카드 있다는 것을 그만 깜빡 했습니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심판에게도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했다.
“주심에게 유니폼을 반 밖에 안 올렸다고 항의 했어요. 그런데 정신이 들고 보니 ‘아 얼굴을 다 덮었구나’ 싶더라고요.”
그는 경기 장 밖으로 나간 뒤에도 갈팡질팡했다. 샤워하러 들어갈까 하다가 ‘나 혼자 편하게 샤워하는 사이 실점하면 어쩌나’하며 고민했다. 골을 내줄까봐 경기도 못 볼 것 같았다. 망설이다 결국 관중석으로 나갔다. 1-0에서 종료휘슬이 울리는 순간, 이승기는 한숨을 돌렸다. 전북 동료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이승기를 위로했다. 이동국과 김상식은 “벌금만 내면 되니 걱정 마라”고 했고, 박원재는 “처음이라 그럴 수 있다”며 위로했다. 에닝요는 “바보 아니냐”며 애정 섞인 면박을 줬다.
○광주 촌놈의 빅 클럽 적응기
이승기는 광주 토박이다. 광주서초등학교와 광주북성중, 축구명문 금호고를 나와 2011년부터 두 시즌 동안 광주FC에서 뛰었다. 작년 광주의 2부 리그 강등으로 전북으로 이적했다. 생애 처음 입은 빅 클럽 유니폼. 적응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광주 시절 몰랐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병행이 힘들었다. “광주에서는 비행기 타고 간 게 기껏 제주였는데 여기서는 비행기 몇 시간 타고 가서 경기하고 또 와야 하고 이런 게 처음이라 사이클을 못 맞추겠더라고요.”
팀플레이도 문제였다. 광주에서는 이승기가 에이스였다. 그는 2시즌 동안 12골14도움을 올렸고 2011년에는 신인왕까지 올랐다. 광주에서는 모든 게 이승기 중심이었지만 전북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어려움을 이겨낸 비결은 초심이었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고 한 경기 한 경기 막내 역할만 하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렇게 큰 경기에서 골도 넣고 퇴장도 당하고 하하. 정말 값진 경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