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월드컵 개인종합 4위
4종목 모두 결선행… 후프 동메달
여왕등극 목표 강행군… 세계가 주목
“처음에는 귀여운 동양 소녀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 유럽 리듬체조 강국들의 견제를 받는 선수가 됐네요.”(차상은 국제심판)
2010년 리듬체조 시니어 무대에 데뷔했을 때만 해도 손연재(19·연세대)는 전혀 주목받지 못하는 선수였다. 러시아와 동유럽 선수들이 지배하고 있는 리듬체조에서 동아시아, 특히 한국은 철저히 변방이었다. 하지만 손연재가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동메달에 이어 지난해 런던 올림픽에서 5위에 오르자 손연재를 보는 시선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누구도 무시하지 못하는 선수가 됐다.
올 시즌 손연재는 세계 최고의 자리를 향해 한 계단씩 올라가고 있다. 손연재는 4일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월드컵에서 볼, 후프, 곤봉, 리본 4종목 합계 70.600점으로 개인종합 4위에 올랐다. 이는 올 시즌 개인 최고 순위. 특히 후프에서는 17.800점을 받아 1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손연재가 월드컵에서 1위로 종목별 결선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곤봉(4위), 리본(4위), 볼(5위) 종목도 모두 상위 8명까지 진출하는 결선에 올랐다.
월드컵 시리즈를 통해 계속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손연재의 무기는 자신감이다. 지난해 올림픽 5위에 오른 것은 그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
예술점수가 중요한 리듬체조는 다른 종목에 비해 선수 인지도 및 해당 국가 협회의 파워가 심판들의 채점에 영향을 크게 미치는 종목이다. 차상은 국제심판은 “손연재는 외국 심판들 사이에서 인지도는 물론 실력으로도 인정받는 선수가 됐다. 팬이 된 심판도 많다”고 말했다.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뚜렷한 목표 의식도 손연재를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다. 손연재를 옆에서 지켜본 문대훈 IB스포츠 대리는 “연재가 대회에 나갈 때마다 의지도 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수를 하면 기필코 다음에 만회를 하려는 강한 승부욕도 손연재의 강점이다. 김지영 국제심판은 “볼 종목의 경우 올 3월 모스크바 그랑프리 대회에서 실수가 많았는데 스스로 혹독한 훈련을 자청한 덕분에 4월 리스본 월드컵에선 동메달을 따냈다. 그만큼 승부욕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상승세를 이어 간다면 손연재가 올 시즌 첫 개인종합 입상은 물론이고 우승까지 차지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손연재는 종목별 은메달까지 목에 걸었지만 개인종합에서는 아직 메달을 따지 못했다. 개인종합에서까지 메달을 얻는다면 세계 정상급 선수로 도약할 수 있다. 차상은 심판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메달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가 ‘리듬체조 여왕’이라는 수식어에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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