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골프는 몇 위까지 세계 랭킹을 매길까. 6일 월드골프랭킹 공식 사이트에는 1547위까지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 나라를 불문하고 투어를 뛰는 프로 골퍼라면 대부분 집계 대상이 되는 것이다.
6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웰스 파고 챔피언십에서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무명의 반란이 일어났다. 주인공은 지난 달 현재 세계 랭킹 1207위였던 데릭 언스트(23·미국)다. 그는 6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할로 골프장(파72·7442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로 데이비드 린(잉글랜드)과 동타를 이룬 뒤 첫 번째 연장전에서 승리를 거뒀다.
우승 전까지 그는 골프계에서 철저한 무명이었다. 린이 "이전에 그의 이름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을 정도.
더구나 언스트는 장애까지 있다. 어린 시절 밸런타인데이에 어머니를 위한 선물을 준비하면서 톱으로 플라스틱 파이프를 자르다가 조각이 오른쪽 눈에 들어가는 사고를 당해 열 바늘을 꿰맸다. 지금도 흐릿하게 사물을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는 "왼쪽 눈마저 안 좋다면 아무것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눈의 장애도, 무명의 소외감도 골프에 대한 그의 열정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었다.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는 그 기회를 운명으로 만들었다. '인생 역전'의 시작은 대회 사흘 전 PGA 사무국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였다. 언스트는 2부 투어인 웹투어닷컴이 열리는 조지아주로 가는 렌터카 안에서 전화를 받았다. "출전하기로 한 선수가 몇 명 기권했는데 웰스 파고 대회에 나올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대기 순번 4순위였던 언스트는 당장 차를 돌려 노스캐롤라이나주로 가고 싶었지만 조지아주에 들러 렌터카를 한 차례 갈아탔다. 빌린 차를 예정되지 않은 장소에 반납할 경우 1000달러의 위약금을 내야했기 때문이다.
'대타'로 대회에 출전했지만 그는 첫 날부터 공동 선두에 오르며 파란을 예고했다. 이날 마지막 라운드를 공동 4위로 시작해 18번 홀에서 천금같은 버디를 잡아 연장승부에 돌입했고, 연장 첫 번째 홀에서 파를 지켜 역전승을 거뒀다.
이전 대회까지 시즌 상금이 1만6000달러(약 1800만 원)에 불과했던 그는 100배가 넘는 120만6000달러(약 13억 2000만 원)를 상금으로 받았다. 세계 랭킹은 1207위에서 123위로 1084계단이나 수직 상승했다. 언스트는 "돈도 돈이지만 많은 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된 게 기쁘다. 최고의 선수들과 골프를 칠 수 있는 게 가장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그는 9일부터 시작되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은 물론 월드골프챔피언십,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 등에 출전할 수 있다. 모든 골퍼들의 꿈인 내년 4월 마스터스 출전권도 확보했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이동환(26·CJ오쇼핑)이 공동 16위(3언더파 285타)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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