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열악한 SK 마무리 요구 FA 앞둔 송은범은 선발 바람 “불화 따른 이적? 비즈니스다”
프로야구에서 오랜만에 빅딜이 이뤄졌다. SK는 투수 송은범(29)과 신승현(30)을 KIA에 내주고, 타자 김상현(33)과 투수 진해수(27)를 받아오는 2대2 트레이드에 합의했다고 6일 발표했다. 선발과 마무리가 두루 가능한 전천후 송은범과 시즌 최우수선수(MVP) 출신 4번타자 김상현이 유니폼을 바꿔 입는 ‘초대형 거래’다. 특히 SK가 송은범을 넘긴 것은 그동안 지켜온 노선을 바꾸는 파격이었다. 2013시즌을 마치면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송은범에게 SK는 전년 대비 무려 2배나 인상된 연봉 4억8000만원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반드시 FA 송은범을 잡겠다’는 강력한 신호였지만, 불과 시즌 개막 한 달여 만에 노선을 바꿔 트레이드 카드로 써버린 것이다. 도대체 SK와 송은범 사이에 무슨 사정이 있었던 것일까.
○지향점이 달랐다!
송은범은 4월 14일 마산 NC전에서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뒤 1군에서 제외됐다. 그 경기에서 손톱이 깨지는 부상을 입은 탓이다. 그리고는 2군 실전등판(7일)을 불과 하루 앞두고 KIA로 트레이드됐다. 왜 SK는 실전 가동 직전의 송은범을 넘겼을까. 이에 대해 SK 핵심 관계자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불펜투수 송은범이 필요했다.”
팀 사정상 SK는 불펜이 열악하다. 선발과 불펜이 다 되는 송은범이 마무리를 맡아줘야 숨통이 트인다. 그러나 송은범은 선발로서 던지길 바랐다. FA 가치를 올리기 위해선 선발이 유리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 이 차이가 끝내 조율되지 않았다. SK는 ‘김상현에 비해 네 살 어린 송은범을 넘긴 것은 손해’라는 여론에 대해 “그럼 누구를 줘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선발 송은범은 팀 사정상 큰 보탬이 안 된다’는 뜻이 담겨있다.
트레이드는 KIA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1주일 전부터였다. 처음에는 송은범-김상현 카드가 아니었다. 그러나 KIA에서 ‘송은범을 달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급물살을 탔다. 5일 밤 타결됐고, 6일 오전 최종 확정됐다.
○비즈니스다!
송은범이 시즌 후 FA를 앞둔 것도 SK의 마음을 움직였다. SK 관계자가 “(송은범을 놓친다면 보상선수로) 김상현만한 카드를 받을 수 있겠느냐?”고 말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가뜩이나 SK는 이호준이 NC로 떠난 뒤 오른손 거포가 절실했다.
김상현 역시 2014시즌 후 FA가 된다. SK는 “김상현은 5년 이상 뛸 수 있다”고 밝혔다. FA 이후에도 잡아서 김상현을 장기적으로 쓰겠다는 뜻이다. KIA 역시 단기적으로 이득인 송은범 영입을 통해 2013년 우승을 이루고, 시즌 후 FA 윤석민을 잃더라도 ‘보험용’으로 송은범을 잡겠다는 포석을 깔고 있다.
‘송은범의 이적은 SK 이만수 감독과의 불화 탓’이라는 루머에 대해 SK 사정에 밝은 인사는 “프로는 비즈니스다. 그렇게 감정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구조다”라고 일축했다. 광주로 가는 송은범은 7일 1군에 등록해 일단 불펜에 대기할 예정이다. 향후 쓰임새는 KIA 선동열 감독과의 면담을 통해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