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야구를 "누구를 탓하는 게임이다(The baseball is blame game.)"고들 한다. 야구는 패하고 나면 책임을 누구에게 돌리기 쉽기 때문에 나온 격언이다. 투수교체를 잘못했다느니, 보내기 번트를 댔어야 했다느니 등 뒷말이 많은 종목이다.
요즘 류현진이 속한 LA 다저스를 보면 이 말이 딱 어울린다. 지도력 부재의 돈 매팅리 감독, 거액의 연봉을 받고 있는 맷 켐프, 안드레 이티어 중심타선의 불발, 믿었던 구원진의 난조, 잇단 부상자 속출 등 책임을 물어야 할 곳이 너무 많다. 다저스의 공동구단주인 전 LA 레이커스의 쇼타임 주역 매직 존슨은 시즌 전 "올 시즌 다저스에게 월드시리즈 진출이 좌절된다면 실패한 시즌이다"고 강조했다.
그럴 만한 게 다저스는 오프시즌 에이스급 잭 그렌키를 영입하면서 1억4700만 달러를 투자했고, 류현진을 데려오면서 총 6100만 달러 이상을 퍼붓었다. 팀 연봉이 2억2000만 달러가 넘으면서 역대 메이저리그 최고를 기록했다. 당연히 월드시리즈 진출이 구단의 지상목표다.
하지만 다저스는 7일 홈에서 같은 지구의 애리조나에게 2-9로 패해 5연패의 늪에 빠졌다. 13승18패로 이날 경기가 없는 샌디에이고에게도 밀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꼴찌로 추락했다. 지난해 이런 돈을 투자하지 않았을 때도 꼴찌는 아니었다. 샌디에이고의 연봉은 6600만 달러 수준으로 다저스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날 경기 전 돈 매팅리 감독은 전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게 싹쓸이를 당하고도 "괜찮다"는 희망 섞인 발언이 기자들의 도마에 올랐다. 도대체 이 성적표가 무엇이 괜찮냐며 출입기자들이 따지듯이 물었다. 물론 이제 31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시즌의 성공여부를 묻기에는 너무 섣부르다. 그러나 투자대비 성적이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는 점만은 분명하다. 매팅리 감독 역시 이 점은 인정하고 있다.
시즌 초반에 선두와 경기 차가 크게 벌어지면 후반기에 뒤집기가 쉽지 않다. 지난 시즌 앨버트 푸홀스 강타자를 영입한 LA 에인절스가 4,5월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승률 5할이 넘었어도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된 사례가 있다.
현재 다저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중심타자 켐프와 이티어의 부진이다. 다른 요인은 부수적이다. 지난 시즌 트레이드 마감시한 때 보스턴에서 영입한 톱타자 칼 크로포드, 전천후 내야수 닉 푼토, 1루수 애드리언 곤살레스 정도가 기대만큼 해주고 있다. 하지만 켐프는 타율 0.265 홈런1 타점 14개, 이티어는 타율 0.241 홈런3 타점 9개로 하위타선에서 나올 만한 성적표를 쥐고 있다. 야구의 속성상 공격이 터지면 마운드도 안정이 되는 법이다. 다저스가 자랑한 구원진의 평균자책점이 4.65를 마크하고 있는 것도 득점을 뽑지 못하면서 투수들이 살얼음판 피칭을 하기 때문에 자주 실점을 하는 것이다. 초반 6경기에서 4승2패를 거둘 때 다저스 불펜의 평균자책점은 0이었다.
매팅리 감독은 현재 가시방석에 앉아 있다. 여론조사에서 다저스의 매팅리 감독와 LA 에인절스(11승20패) 마이크 소시아 감독 가운데 누가 더 가시방석이냐는 질문에 팬들은 매팅리라고 꼽았다. 다저스가 에인절스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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