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블랜드 시절 아로요만 만나면 대포쇼 타율 0.571 4홈런 7타점…이젠 팀 동료로 호체바·슈어저·위버·벌리 등 만만한 투수
슬로위 상대 27타수 5안타 12삼진 무기력 AJ 버넷·베이커·앤더슨 등에 번번이 굴욕
류현진(26·LA 다저스)은 1일(한국시간) 콜로라도 로키스를 상대로 6회 동안 삼진 12개를 잡아내며 2실점으로 호투해 시즌 3승째를 따냈다. 상대 선발로는 같은 좌완인 호르헤 데라로사가 출격했다. 올 시즌 연봉이 1100만달러나 되는 데라로사는 2승2패, 방어율 2.86의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었지만, 이날은 4이닝 동안 무려 11안타를 허용하며 6실점으로 무너졌다. 빅리그 10년차인 데라로사는 다저스만 만나면 유독 힘을 쓰지 못하는 징크스를 안고 있다. 지금까지 14경기(10선발)에서 다저스를 상대로 단 1승도 없이 8패만 당했다. 방어율은 무려 6.81로 그의 개인통산 기록(4.93)보다도 월등히 높다. 게다가 데라로사가 나선 경기에서 다저스는 14번 모두 승리했다. 이쯤이면 메이저리그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천적관계라고 할 수 있다.
○추신수의 이적이 반가웠던 투수들
지난 겨울 추신수(31)가 신시내티 레즈로 이적했을 때 이를 가장 반긴 대표적 투수는 브론슨 아로요다. 이제는 레즈의 팀 동료인 아로요는 추신수만 만나면 맥을 추지 못했다. 빅리그 통산 126승118패(방어율 4.22)를 기록 중인 아로요는 1644만달러를 받아 조이 보토(1891만달러)에 이어 팀 내 연봉서열 2위다. 리그가 달라 그다지 많이 상대하지는 않았지만, 아로요는 클리블랜드 시절의 추신수를 상대로 14타수 8안타(타율 0.571)를 허용했다. 추신수는 그 중 꼭 절반인 4개를 홈런으로 연결하며 7타점을 올렸다. 본인의 메이저리그 통산 홈런 88개 중 4.5%를 아로요에게서 뽑아낸 것이다.
추신수의 천적은 아무래도 아메리칸리그에 많다. 추신수가 내셔널리그로 옮긴 것을 가장 환영한 투수로는 루크 호체바(캔자스시티 로열스)와 맥스 슈어저(디트로이트 타이거스)를 들 수 있다. 우완 강속구 투수인 호체바는 추신수를 상대로 30타수 17안타 3홈런으로 맥을 추지 못했다. 또 호체바를 상대로 추신수는 가장 많은 14타점을 올렸다.
시속 95마일(약 153km)이 넘는 강속구를 뿌리는 슈어저도 추신수에게 21타수 12안타 2홈런으로 몹시 약했다. 슈어저의 팀 동료인 현역 최고의 우완 투수 저스틴 벌랜더도 추신수에게 홈런을 2개 빼앗겼다. 추신수는 벌랜더에게 50타수 12안타(타율 0.240)로 그다지 강한 편은 아니다. 볼넷 6개를 얻는 사이에 삼진은 무려 21개나 당했다. 추신수는 LA 에인절스 제러드 위버와의 대결에선 비록 홈런을 뽑진 못했지만, 2루타를 6개나 때려내며 31타수 14안타(타율 0.452)로 매우 강한 면모를 발휘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 제이크 피비도 21타수 9안타 2홈런으로 추신수만 만나면 작아졌다.
올 시즌에도 추신수는 좌완투수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프리에이전트(FA) 대박을 터뜨리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지만, 여전히 왼손투수 상대 성적은 신통치 않다. 올 시즌 오른손 투수를 상대로는 타율 0.392에 홈런 5개를 때린 것과 달리 왼손투수를 상대로는 홈런 없이 타율이 0.194에 불과하다. 그러나 좌완 중에서 추신수에게 기를 펴지 못하는 투수로는 토론토 블루제이스 마크 벌리가 대표적이다. 추신수는 33타수 14안타(타율 0.424)로 벌리를 맘껏 두들겼다.
○추신수가 극복해야 할 투수들
반면 추신수가 꼼짝 못하는 투수로는 마이애미 말린스 케빈 슬로위가 으뜸이다. 슬로위는 지난 시즌까지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뛰었기 때문에 자주 상대했는데, 추신수는 27타수 5안타로 타율이 0.185에 불과하고 삼진은 무려 12개나 당했다. 우완 기교파인 슬로위만 만나면 추신수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지구 라이벌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우완 강속구 투수 AJ 버넷도 추신수가 꺼리는 투수로 21타수 3안타(타율 0.143)에 삼진 5개를 기록했다. 팔꿈치 부상으로 6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는 시카고 컵스 우완투수 스콧 베이커도 추신수에게 매우 강했다. 23타수 4안타(타율 0.174)에 삼진이 8개나 된다. 추신수가 10타수 이상을 기록하며 상대 전적이 가장 나쁜 투수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좌완 브렛 앤더슨이다. 12타수 1안타로 타율(0.083)이 1할에도 미치지 못했고, 그 중 5번은 삼진으로 물러났다.
○누구에게나 천적은 있다!
지난 시즌 아메리칸리그에서 타율(0.330), 홈런(44개), 타점(139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해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간판타자 미겔 카브레라도 꺼리는 투수가 있다. 탬파베이 레이스 좌완 에이스 데이비드 프라이스가 가장 대표적이다.
카브레라는 프라이스에게 14타수 1안타(타율 0.071)에 삼진 6개를 헌납할 정도로 역세를 보이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크리스 카펜터(11타수 2안타)와 LA 에인절스 라이언 매드슨(26타수 4안타 10탈삼진)도 카브레라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반면 뉴욕 양키스 필 휴즈(23타수 12안타 4홈런), 시애틀 매리너스 펠릭스 에르난데스(24타수 10안타), 캔자스시티 로열스 제임스 실즈(30타수 14안타), LA 다저스 크리스 카푸아노(22타수 9안타 4홈런), 시카고 컵스 스콧 펠드먼(13타수 9안타), 필라델피아 필리스 콜 해멀스(8타수 6안타) 등은 카브레라가 저승사자처럼 여겨지는 투수들이다.
한편 현역 최고의 포수로 꼽히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버스터 포지는 4일 LA 다저스와의 홈경기에서 1-1로 동점을 이룬 9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끝내기 홈런을 터뜨렸다. 상대 투수 로날드 벨리사리오와의 역대 전적에서 6타수 무안타에 삼진을 5개나 당했지만, 이날은 달랐다. 풀카운트 접전 끝에 6구째를 좌측 담장 밖으로 넘겨버리며 그동안 철저히 당한 설움을 씻어냈다. 데이터에 근거해 마무리 브랜드 리그 대신 포지에게 강한 벨리사리오를 마운드에 올린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의 노림수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