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진 자체가 이슈였다. 2013 하나은행 FA컵 32강전에서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수원삼성과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FC안양이 8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만났다. 안양과 수원을 잇는 국도에서 따와 ‘지지대 더비’로 불리는 양 팀 간 대결은 2004년 FC서울(당시 안양LG)이 연고지를 안양에서 서울로 옮긴 뒤 10년 만에 재개됐다.
○풍성한 스토리
안양은 32강 상대가 각별한 사연이 있는 서울이나 수원이 되길 바랐다. 대진 추첨이 열린 지난 달 18일 안양 직원들은 이른 새벽 좋은 기운을 받기 위해 관악산에 올랐다. 그런데 하산할 때 길을 잘못 들었다. 장소가 심상치 않았다. 관악산 자락 삼성산. 안양 오근영 단장은 “수원을 만날 것 같았다”며 웃었다. 오 단장도 안양 부임 전까지 사무국장-단장을 수원에서 지낸 ‘수원 맨’ 출신이니 감회는 더 새로웠다.
수원도 환영하는 분위기. 대진이 정해지자 수원 프런트는 “스토리가 많은 경기”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올 초 안양이 창단할 때 함께 기뻐했던 수원 팬들도 킥오프 전, 안양 팬들과 상호 화합을 다짐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또 선수단 입장이 이뤄질 때는 나란히 폭죽을 터뜨리며 축제를 만끽했다. 공식 관중은 1만1724명. 수원 서정원 감독에게도 특별했다. 현역 시절 안양-수원에서 모두 뛴 서 감독은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이었다. “느낌이 새롭다”던 그는 “이곳이 안방이었다. 당시와 비교해도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며 정겨워했다.
○달랐던 선수들
하지만 선수들은 달랐다. 수원은 이미 정상의 팀. 안양축구의 재탄생은 축하해도 라이벌이라는 표현에는 정색했다. 심지어 선수단 버스는 원정을 올 때 ‘지지대’가 아닌 다른 코스를 택했다. 당연히 수원과 안양은 차이가 컸다. 이름값과 연봉, 구단 운영비 모두 10배 이상 격차가 있다. 안양이 조명을 켜고 야간 훈련을 한 것도 경기 전날(7일)이 처음이다.
그래도 명성이 전부는 아니었다. 주전들이 대거 빠진 1.5군이 나선 수원은 필승 의지로 똘똘 뭉친 안양에 초반 밀렸다. 실업축구 국민은행을 이끌고 프로 팀을 종종 낚아채 ‘킬러’ 명성을 떨친 안양 이우형 감독이었다. 구단 상징인 보라색 넥타이 차림으로 나선 그는 “우린 이기러 나왔다. 이렇게 경험이 쌓인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승부는 수원의 승리로 끝났다. 후반 7분 정재용의 선제골로 안양이 1-0으로 앞서간 가운데 후반 43분 안양이 자책골을 넣어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어 추가 시간에 수원 서정진이 짜릿한 2-1 결승골로 마침표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