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 중계 화면에 잡히는 한화 김응룡 감독의 표정은 젊은 팬들이 야구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과거 해태·삼성 시절과는 조금 다르다. 가만히 있어도 카리스마가 넘쳐나던 근엄함이 오간데 없이 사라졌다. 안경을 쓴 모습에선 푸근한 할아버지 같은 느낌마저 묻어난다.
김 감독은 8일 마산 NC전을 앞두고 솔직하게 속내를 드러냈다. “심장이 두근두근 한다. 무섭다. 예전에는 경기를 즐겼는데 이젠 겁이 난다.” 카리스마의 대명사였던 김 감독의 혈기왕성했던 과거를 떠올리면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김 감독은 “예전에는 지고는 못 살았다. 그런데 이제 부처님 비슷하게 돼가는 것 같고. 한점차로 지고 고비를 못 넘기니까. 물론 그게 실력이겠지만…”이라며 “사실 항상 웃으면서 경기를 봤었다. 옛날에는 TV 카메라가 몇 대 없어서 빨간 불 딱 들어오면 괜히 심각한 표정으로 바꿨다가 다시 웃었는데, 이제 카메라가 몇 대인지 모를 정도로 많아서 마음대로 웃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과거 불같이 화를 내며 심판에게 항의를 하곤 했다. 그러나 한화 사령탑으로 복귀한 뒤로는 그런 장면도 좀처럼 보기 힘들다. ‘덕아웃 밖으로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는 에두른 질문에 “지금 심판은 메이저리그 심판들보다 훨씬 정확하게 잘 본다. 항의할 일이 없다”고 답을 대신한 김 감독은 ‘그래도 한화가 개막 13연패 이후 7일까지 5할 승률(7승1무7패)을 기록 중이다’는 말이 나오자 “그렇게 잘하고 있나?”라며 푸근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