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나가다 와르르…보스턴 레드삭스의 클레이 벅홀츠 선발 6경기서 6승 방어율 1.01 언터처블 올시즌 기량 일취월장…탈삼진 등 상위권 “팔뚝 문질러…이물질에 의한 투구 확실” 토론토전 TV해설자 부정투구 의혹 제기 닷새 뒤 미네소타전 6이닝 4실점 무너져 12일 다시 토론토와 만나 ML팬 관심집중
7일(한국시간) 많은 야구팬들의 이목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보스턴 펜웨이파크로 집중됐다. 2013시즌 개막 후 6경기에서 파죽의 6연승을 거둔 보스턴 레드삭스의 우완투수 클레이 벅홀츠(29)가 선발로 출격했기 때문이다. 베이브 루스에 이어 팀 역사상 두 번째로 개막 후 등판한 7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는 진기록이 수립될지 팬들의 비상한 관심이 모였다.
게다가 벅홀츠가 2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원정경기를 7이닝 2안타 무실점으로 마치자, 해설자 잭 모리스는 부정투구 의혹을 제기했다. 모리스는 “중계할 때는 미처 몰랐는데, 비디오를 보니 벅홀츠가 오른손을 자주 왼쪽 팔뚝에 문지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난히 그의 왼쪽 팔뚝만 번들거렸다”며 “이물질에 의한 부정투구(Spitball)가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벅홀츠의 구위가 뛰어난 것은 분명하지만, 선발로 나선 6경기를 모두 승리로 채우며 방어율 1.01의 놀라운 성적을 거둘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였다. 이 때문에 7일 펜웨이파크 마운드에 선 벅홀츠의 일거수일투족은 카메라 앵글에 고스란히 잡혔다.
온갖 의혹 속에 마운드에 오른 벅홀츠는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미네소타 트윈스를 상대로 올 시즌 최악의 투구를 했다. 1회에만 3안타 2볼넷을 내주며 2점을 빼앗겼다. 안타 2개는 그린몬스터 상단을 때리는 2루타였다. 1회에만 무려 36개의 공을 던질 정도로 벅홀츠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2회와 3회는 연속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안정을 찾는 듯했지만, 4회 1사 후 연속으로 2루타를 허용해 3점째를 내줬고, 5회에도 무사 2·3루 위기에 몰린 뒤 희생플라이로 추가점을 허용했다. 결국 6회까지 마운드를 지킨 벅홀츠는 삼진을 9개나 잡았지만, 7안타 4실점의 부진 속에 3-4로 뒤진 상황에서 마운드를 넘겼다. 방어율은 1.60으로 치솟았다. 다행히 경기 후반 타선이 터지면서 레드삭스가 연장 11회 6-5 승리를 거둔 덕에 그는 시즌 첫 패전을 모면했다.
1984년 8월 14일 텍사스주에서 태어난 벅홀츠는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2007년 9월 2일 빅리그 두 번째 선발등판 경기였던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서 노히트노런의 위업을 달성했다. 10-0으로 승리한 이날 경기에서 그는 115개의 공을 던져 탈삼진 9개, 4사구 4개를 기록했다. 스포츠 통계 전문 ‘엘리아스 스포츠 뷰로’에 따르면, 1900년 이후 첫 번째나 두 번째 선발등판에서 노히트노런을 기록한 투수는 벅홀츠가 세 번째였다. 1953년 세인트루이스 브라운스의 벅 홀로맨이 데뷔전에서 필라델피아 어슬레틱스를 상대로 노히트노런을 작성했고, 1991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윌슨 알바레스가 두 번째 선발등판에서 볼티모어를 제물로 노히트노런의 위업을 달성했다.
하루아침에 신데렐라로 떠올랐지만 레드삭스 구단은 벅홀츠를 플레이오프 로스터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조시 베켓, 커트 실링, 마쓰자카 다이스케, 존 레스터 등에 밀려 선발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벅홀츠는 레드삭스가 콜로라도 로키스를 4경기 만에 제압하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모습을 씁쓸히 지켜봐야만 했다.
레드삭스 선발진 세대교체의 기수로 떠오른 벅홀츠는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2008년 2승9패(방어율 6.75), 2009년 7승4패(방어율 4.21)에 그쳐 팬들의 기억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자리 잡은 2010년 17승7패, 방어율 2.33을 기록하며 생애 첫 올스타에 뽑히는 영예를 안았다. 특히 방어율에선 시애틀 매리너스의 펠릭스 에르난데스(2.27)에 이어 리그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레드삭스 구단은2011년 4월 4년간 3000만달러의 조건으로 계약을 연장해줬다. 그러나 또 다시 부상의 악령이 벅홀츠의 발목을 잡았다. 2011시즌 고작 14경기 선발등판에 그치며 6승3패, 방어율 3.48에 그쳤다.
다시 풀타임 선발로 복귀한 2012년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시즌이었다. 4월 한 달 3승(1패)을 거뒀지만, 방어율은 무려 8.69에 이르렀다. 5승무패, 방어율 1.19를 기록한 올 4월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기에 부정투구 의혹이 제기된 것도 결코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6월과 7월 연속 2점대 방어율을 기록하며 구위를 회복하기 시작한 벅홀츠는 8월 17일 ‘무결점 이닝(Immaculate Inning)’의 위업을 달성했다. 노히트노런 때와 마찬가지로 상대는 볼티모어였다. ‘무결점 이닝’이란 공 9개로 삼진 3개를 잡고 이닝을 마치는 것을 의미하는데, 지금까지 총 46차례밖에 나오지 않은 진기록이다. 벅홀츠는 6회말 애덤 존스, 맷 위터스, 크리스 데이비스로 이어지는 오리올스 중심타선을 잇달아 3구 삼진으로 솎아내며 위력적인 구위를 뽐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는 말처럼 볼티모어전에서 시즌 11번째 승리를 따낸 이후로 시즌을 마칠 때까지 벅홀츠는 1승도 추가하지 못하고 5패를 떠안아 11승8패, 방어율 4.56으로 2012시즌을 마감했다.
비록 7일 미네소타전에서 승리를 챙기지 못했지만 벅홀츠는 다승과 방어율, 탈삼진(56개)에서 모두 메이저리그 상위권을 지키며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그가 출격한 7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한 레드삭스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하위권을 맴돌 것이라는 시즌 전 예측과는 달리 메이저리그 승률 전체 1위를 다투고 있다. 12일로 예정된 토론토와의 홈경기에선 벅홀츠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