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중곤 “아버지 퇴직금 탕진할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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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10일 07시 00분


황중곤이 9일 경기도 성남시 남서울 골프장(파72)에서 열린 GS칼텍스 매경오픈 1라운드 2번홀에서 드라이버로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KGT
황중곤이 9일 경기도 성남시 남서울 골프장(파72)에서 열린 GS칼텍스 매경오픈 1라운드 2번홀에서 드라이버로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KGT
■ 황중곤의 좌충우돌 JGTO 도전기

아버지 퇴직금으로 퀄리파잉스쿨 도전
5달간 아끼고 또 아끼고…日 진출 성공
미즈노오픈 우승 등 2년간 13억원 벌어
“매년 1승 목표…부모님께 집 선물할 것”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활약 중인 황중곤(21·투어스테이지). 그는 국내 골프팬들에게조차 이름이 낯설다.

황중곤은 2011년 국내 무대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일본에 진출했다. 변변한 성적 한번 내지 못했던 그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 하나만 믿고 도전을 선택했다.

황중곤이 9일 경기도 성남시 남서울 골프장(파72)에서 열린 GS칼텍스 매경오픈(총상금 10억원)에 출전했다. 통산 4번째 국내 대회 출전이다.

○아버지 퇴직금 들고 일본 도전

“그때는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다. 부모님께서 한번도 그런 내색을 하지 않으셨다. 그러다 뒤늦게 알게 됐다. 그때는 음료수 하나 사먹는 것까지 전부 계산할 정도로 돈을 아껴 쓰셨다고 했다.”

황중곤의 부친 황병원(53) 씨는 삼성전자에 다녔다. 그러다 2010년 아들이 일본프로골프투어 퀄리파잉스쿨에 도전하겠다고 하자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 목돈이 필요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아버지는 늘 나를 믿어주셨다. 내가 ‘할 수 있다’고 말했더니 기꺼이 믿고 따라오셨다.”

황중곤은 여러 차례 “아버지께 감사하다”고 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았던 탓에 먹고 자는 환경이 열악한 것은 말 할 것도 없었다.

“작은 방 하나를 얻어 아버지와 함께 잤다. 골프장으로 이동할 때는 골프백을 들고 전철과 버스를 갈아타면서 겨우 찾아다녔다. 식사는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우는 날이 많았다. 그런 생활을 거의 5개월 가까이 한 것 같다.”

다행히 고생 끝에 낙이 찾아왔다. 2차와 3차 예선을 차례로 통과한데 이어 최종예선에서 공동 5위를 차지하며 일본투어 진출에 성공했다. 자신감 하나만 믿고 만들어낸 부자의 합작품이었다.

황중곤은 “아버지와 함께 했기에 힘들지 않았다. 고생하시는 아버지를 보면서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힘들었지만 재미있는 시간이었다”라고 그때를 회상했다.

○“성공해서 부모님께 집 선물할 것”

무명이던 황중곤은 2011년 미즈노오픈 우승을 차지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우승상금 2200만엔(약 2억5000만원)을 받았다.

“어머니(정영문·49) 말씀에 따르면 그즈음 아버지의 퇴직금이 거의 바닥이 난 상태였다. 우승해서 천만다행이었다”.

첫 우승 이후 탄력을 받은 황중곤은 2012년 카시오월드오픈에서 통산 2승째를 따내는데 성공했다. 2년 간 1억2000만엔(약 13억원)이 넘는 상금을 벌었다. 황중곤은 “지금은 친구들 만나면 밥도 잘 사고 음료수도 잘 사먹는다”라며 웃었다.

주목받지 못했던 그는 무명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한국 남자골프를 이끌 차세대 주자로 우뚝 섰다.

“매년 1승 이상이 목표다”라는 황중곤은 “부모님께서 나 때문에 많이 고생하셨다. 어머니께서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어 하시는데 성공해서 꼭 선물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황중곤은 이날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4오버파 76타를 쳤다. 아직은 국내 무대가 낯선 탓에 성적이 저조했다.

조민규(25·투어스테이지)와 테리 필카다리스(호주)는 8언더파 64타를 치며 공동선두로 나섰다.

성남|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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