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감독이 팬 사인회를 여는 건 드문 일. 어쩌면 고향이라서 가능할지도 모른다. 삼성 류중일 감독(사진)은 10일 포항 KIA전에 앞서 30분간 ‘특별 사인회’를 열었다. 주말 3연전 첫 경기 시작 전 류 감독은 고향 팬들 앞에 섰다. 포항이 고향인 류 감독은 중앙초등학교 5학년 때 야구부가 해체되자 대구로 전학했고,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성장해 결국 사령탑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사인회에 앞서 류 감독은 “포항은 고향이면서 내가 야구선수로서 꿈을 키운 곳”이라며 “지난번(4월 16∼18일) 포항 3연전 때 사인회 요청이 있어서, 팀 순위와 상관없이 이번 일정에 맞추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고향 팬들 앞에 선 까닭인지 설렘 가득한 표정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에 걸리는 게 있는 모양이었다. 흥행(?)이 걱정되는 듯 “달랑 열명 오는 거 아냐?”고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류 감독의 걱정과 달리 고향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팬들은 일찌감치 길게 줄을 늘어섰고, 구단이 준비한 류 감독의 얼굴이 인쇄된 ‘사인지’ 150장은 15분 만에 동이 났다. 밀려드는 팬들의 사인 공세 덕에 류 감독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깃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