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우(32·테일러메이드)가 아들의 이름 덕을 봤다. 제32회 GS칼텍스 매경오픈(총상금 10억원)에서 4년 만에 우승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렸다.
류현우는 12일 경기도 성남시 남서울 골프장(파72·6348m)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쳐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우승했다. 김형성(33·하이스코)과 김도훈(24·이상 13언더파 275타)의 끈질긴 추격을 1타 차로 따돌렸다. 2009년 신한동해오픈 이후 4년 만에 국내 투어 통산 2승을 신고했다. 우승상금은 2억원.
2002년 프로가 된 류현우는 ‘스타’라는 단어와 거리가 멀었다.
데뷔 초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그는 돈벌이를 위해 골프연습장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레슨을 하며 어렵게 생활했다. 2004년 군에 입대해 2006년 11월 제대 후 2부 투어를 전전했다.
KPGA 코리안 투어의 꿈을 이룬 건 2008년. 그것도 대기시드를 받고 겨우 출전 기회를 얻었다. 그해 2841만원의 상금을 번 류현우는 65위에 올라 66위인 김종명(2838만원)에 3만원 앞서 시드를 유지했다. 66위가 됐더라면 다시 시드전에 나가야 했고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다.
3만원은 그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2009년부터 풀 시드를 받고 투어 생활을 시작하게 됐고, 마음이 편해진 덕분인지 10월 신한동해오픈 정상에 오르며 데뷔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2012년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진출에 성공한 류현우는 9월 도카이 클래식 우승을 차지하며 완벽하게 적응했다.
결혼도 그의 골프인생에 큰 힘이 됐다. 류현우는 2009년 12월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신한동해오픈 우승으로 받은 상금 1억5000만원의 대부분을 결혼자금으로 썼다.
2010년 10월 태어난 아들의 이름은 ‘다승’이다. 간절함이 묻어난다.
류현우는 “처음엔 태명으로 지었다가 나중에 아내와 상의한 끝에 ‘다승’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 우승이라도 많이 해보고 싶은 생각에 그렇게 지었다”고 말했다.
아직 한 해에 ‘다승(多勝)’을 기록한 적이 없는 류현우는 시즌 초 우승에 성공하면서 올해 목표를 이룰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과 일본투어를 병행하고 있는 류현우의 최종목표는 미 PGA 투어 진출이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계속 도전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미국까지 가보자는 게 최종목표다. 언제까지라는 계획은 없지만 갈 때까지 가보자는 생각이다”라며 의지를 보였다.
김형성과 김도훈이 1타 차 공동 2위에 오른 가운데, 2012년 코리안 투어 상금랭킹 2위 김대섭(32·우리투자증권)은 합계 10언더파 278타를 쳐 이경훈(22·CJ)과 함께 공동 4위에 올랐다. 강경남(30·우리투자증권)은 이날 이븐파에 그치면서 6위(9언더파 279타)로 경기를 끝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