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쳐서 쉬면 늦다…서건창 박병호 등 휴식 2군서 오윤 신현철 김민우 등 전격 기용 6회의 한번 찬스서 5득점…선택과 집중
밖에는 태풍이 분다. 그러나 정작 돌풍의 주역들은 차분하다. 1위를 질주하고 있는 넥센 얘기다. 선두 넥센은 11일 목동 SK전에서 올 시즌 9개 구단 가운데 처음으로 시즌 20승 고지를 밟았다. 그러나 1위 굳히기에 박차를 가하기는커녕 오히려 12일 목동 SK전에 주전급 선수를 대거 빼고 나섰다. 주전 2루수 서건창과 중견수 이택근이 이틀 연속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고, 지명타자 이성열의 이름도 시즌 처음으로 보이지 않았다. 붙박이 1루수 박병호 역시 지명타자로 나섰다. 다른 팀에 비해 한 박자 빠른 휴식. 대신 2군에서 올라온 지 얼마 안 된 오윤과 신현철, 백업 요원 김민우를 전면에 내세웠다.
○지쳐서 쉬면 늦는다 ‘한 박자 빠른 체력 안배’
염 감독은 12일 이에 대해 “서건창과 이성열, 박병호는 휴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택근은 허리가 조금 묵직하다고 한다”며 “지금 하루를 안 쉬고 괜히 무리하다 나중에 더 오래 쉬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지쳐서 쉬려고 하면 이미 늦는다. 지금부터 체력 안배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평소에도 염 감독은 ‘충분한 휴식’을 철칙으로 삼고 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경기 전 훈련을 최소화하는 게 그 증거다. 일요일인 12일, 넥센 주전 선수들은 대부분 자율적으로 야구장에 도착했다. 염 감독은 “전력분석 미팅 시간에만 맞춰서 나오면 된다”고 했다. 일주일간 이어진 강행군에 녹초가 될 시점. 훈련을 줄이고 경기 때 남은 체력을 쏟아 부으라는 의미다.
○힘은 기회가 왔을 때 한 번에 쓴다
그렇다고 ‘이 경기는 져도 된다’는 의미로 라인업을 짜진 않는다. 힘을 줄 때 주고, 뺄 때 빼겠다는 의미다. 넥센은 12일 SK 선발 김광현을 상대로 5회까지 단 1점을 뽑는 데 그쳤다. 그러나 1-3으로 뒤진 6회 상대 실책과 연속 안타로 역전의 기회가 찾아오자 본격적으로 SK를 몰아 붙였다. 덕아웃에 있던 서건창∼이택근∼이성열이 차례로 대타로 나왔고, 안타 2개와 고의4구 1개를 합작했다. 6회에만 6득점. 이틀 연속 단 한 번의 찬스를 놓치지 않고 집중력을 발휘하며 몰아쳐 역전승을 일궈냈다. 승리와 체력 안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 염경엽 감독은 경기 전 “지금은 순위표도 보지 않는다. 무리한 승부수를 두지 않고 시즌 끝가지 이대로 잘 지키면서 가고 싶다”고 말했다. 역대 20승에 선착한 팀들의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은 50%. 적어도 지금까지, 넥센은 분명히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