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점이던 LG전 7회말 임정우 통타 24경기만에 첫홈런…4안타 4타점 FA 부담감 털고 화려한 부활 예고
잠자던 강민호(28·롯데)의 거포 본능이 드디어 깨어났다.
강민호는 12일 사직 LG와의 경기에서 3-3 동점이던 7회말 무사 1·2루서 LG 구원투수 임정우가 던진 시속 145km짜리 몸쪽 높은 직구를 그대로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비거리 110m. 시즌 개막 후 24경기 출전 만에 애타게 기다렸던 홈런포를 터트린 강민호는 5타수 4안타 4타점으로 팀이 LG와의 3연전을 위닝시리즈(2승1패)로 장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롯데는 5할 승률에 복귀하며 5위로 올라섰다. 한 경기 4안타는 지난해 4월 8일 사직 한화전 이후 1년여 만이다.
강민호는 이번 시즌 개막 이후 타격 부진이 계속 이어지자 지난 주말 삼성과의 홈 3연전을 치르는 도중 삭발했다. 초심으로 돌아기기 위해 스스로 한 결정이었다. 머리를 짧게 다듬고 출전한 4일 사직 삼성전에서 4타수 2안타로 멀티히트를 작성한 그는 1할대에 머물렀던 타율을 조금씩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완벽한 슬럼프 탈출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홈런 등 중장거리포가 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롯데 박흥식 타격코치는 10일 LG전에 앞서 “(강)민호의 부진은 심리적인 원인이 크다.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이 커 조급했다”며 “안타를 때려내기 시작했지만 홈런 등 중장거리포가 터져야 한다. 좋은 기술을 가진 선수라 마음만 비우고 차분히 풀어 나가면 된다”고 진단했다.
10일부터 사직에서 벌어진 LG와의 3연전 내내 팀 훈련에 앞서 특타를 한 강민호는 결국 마지막 날 그토록 기다리던 홈런포를 터트리며 완벽한 부활을 선언했다. 커다란 아치를 그린 뒤에는 모처럼 밝은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돌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훌훌 털어버렸다.
강민호는 이번 시즌 종료 후 프리에이전트(FA)가 된다. FA 시장 최대어로 꼽히고 있다. 여러 팀들이 보강을 원하는 주전 포수이고, 공수에서 모두 수준급 기량을 갖췄다. 그 덕에 이번 시즌 5억5000만원의 연봉을 받으며 예비 FA 프리미엄을 누렸다. 하지만 시즌 개막 후 타격 슬럼프가 장기화되면서 팬들의 비난을 시달리기도 했다.
강민호는 “타격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 마음고생이 심했다. 주위에서 마음을 비우고 하라고 하는데 쉽지 않았다”며 “오늘을 계기로 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오늘 경기를 통해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 그 동안 김시진 감독님과 박흥식 타격코치님에게 죄송했는데 앞으로 조금씩 갚겠다”고 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