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 승부수 류현진, 힘으로 말린스 타선 제압 ML 데뷔 후 최다 114개 공 던져…투혼 돋보여
류현진(26·LA 다저스)의 투혼이 돋보인 경기였다. 부상자들이 속출하면서 정상 전력을 가동하지 못하고 속절없이 8연패를 당해 침몰 위기에 놓인 LA 다저스를 한국에서 건너온 루키가 구해냈다.
12일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전에 선발로 출격한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데뷔 후 최다인 114개의 공을 던지는 투혼을 발휘하며 팀의 7-1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8번째 등판에서 4승째를 따냈고, 방어율도 3.40으로 낮췄다. 종전 한 경기 최다 투구수는 지난달 26일 뉴욕 메츠와의 경기에서 기록한 109개였다.
이날 LA의 최고 기온은 섭씨 30도에 육박했다. 평소 건조한 사막기후와는 달리 습도도 매우 높았다. 지난달 인터뷰에서 “날이 좀 더 따뜻해지면 직구 평균 구속이 94마일(151km) 정도는 찍을 것”이라던 류현진의 장담이 이날 실현됐다.
2회초 미겔 올리보를 상대로 간발의 차로 볼이 되기는 했지만 다저스 전광판에 시속 94마일이라는 숫자가 새겨졌다. 1회부터 90마일(146km)을 꾸준히 상회하는 직구를 앞세운 류현진은 힘으로 말린스 타선을 압박했다.
메츠전에서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삼았고,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는 커브를 앞세워 3승째를 수확했던 것과는 또 다른 모습이다. 지난 6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상대 타선이 초구부터 노리고 들어와 6.1이닝 동안 8개의 안타를 맞으며 고전을 면치 못했던 류현진은 이날 코너워크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그 결과 볼넷을 3개 허용했지만 낮은 제구를 통해 20개의 아웃카운트 중 땅볼 타구로 13개나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6회까지 104개나 공을 던져 경기에서 물러날 것으로 예상됐으나 돈 매팅리 감독은 7회에도 류현진에게 마운드를 맡겼다. 8연패를 당하는 동안 불펜진에 과부하가 걸린 데다 효과적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힘이 떨어진 상태에서 올리보에게 던진 체인지업을 통타당해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허용한 것이 옥에 티였지만, 4만2000천여 홈팬들은 5-1로 앞선 7회초 2사 1루서 마운드를 내려와 덕아웃으로 향하는 팀 내 최다승 투수 류현진을 향해 아낌없는 기립 박수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