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넥센은 13일까지 21승(10패)으로 9개 팀 중 가장 먼저 20승 고지에 올랐다. 지난 시즌에도 20승을 가장 먼저 올린 팀은 넥센이었다. 하지만 최종 순위는 6위였다. 1992년 이후 시즌 초 20승 선착 팀이 ‘가을 야구’를 하지 못한 건 넥센뿐이다. 넥센이 시즌 초반 1위를 달려도 ‘의심의 눈초리’가 계속 따라다니는 이유다.
하지만 10∼12일 SK와의 주말 3연전에서 넥센은 ‘올해는 다르다’는 사실을 확실히 증명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사진)은 11일 경기를 앞두고 선발 타순표에서 최근 컨디션이 좋지 않은 이택근, 서건창을 제외했다. 12일 경기 때는 이성열도 빠졌다. 삼성이 턱밑까지 따라온 상황에서 중심선수를 빼기로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 이들 중 일부는 “경기에서 빠질 정도로 컨디션이 안 좋은 건 아니다”며 출전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염 감독은 단호했다. 그는 경기 전 “지금 너희들에게 주는 휴식은 예방주사고 보약이다. 몸이 아플 때 예방주사를 맞거나 보약을 먹으면 이미 늦다”며 “지금까지 치른 경기보다 앞으로 치러야 할 경기가 더 많다”고 말했다.
결과는 2경기 연속 역전승이었다. 특히 12일 6회말 공격에서는 서건창, 이택근, 이성열이 모두 대타로 등장해 6득점을 뽑아내는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선수들이 휴식을 취하면서도 “오늘은 쉬겠다”가 아니라 “차례가 올지 모르니 대기하겠다”는 자세를 보인 덕이었다.
이날 승리는 넥센의 올 시즌 10번째 역전승. 넥센은 1점 차 승리도 6번으로 9개 팀 중 가장 많다. 팀 최고참 송지만(40)은 “예전에는 경기에 져도 ‘그냥 또 졌나 보다’ 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제는 선수들이 지고 있어도 서로 격려하면서 역전을 노린다”고 말했다.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불펜진의 평균자책(6.34)도 알고 보면 필승계투조를 쉬게 하려던 ‘예방주사’ 때문이다. 염 감독은 “시즌 초반 시원하게 진 경기가 많아서 그렇다”며 “(주로 경기에서 뒤지고 있을 때 나오는) 추격조들의 실점이 많아 평균자책 자체는 높아 보인다. 하지만 필승 계투조의 실력은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야구팬들은 ‘탈G(脫LG) 효과’라는 표현을 쓴다. LG에서는 ‘만년 유망주’였던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옮기기만 하면 기량을 활짝 꽃피우는 일이 많아서 생긴 말이다. 지난해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넥센 박병호가 ‘탈G 효과’를 본 대표 사례다. 염 감독도 LG에서 코칭스태프와 프런트를 지냈지만 당시엔 별로 좋은 평을 듣지 못했다.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만으로도 염 감독 역시 ‘탈G 효과’의 주인공으로 꼽힐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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