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 남자대표팀 유남규 감독(45)은 대표팀 막내 황민하(14)를 앞에 두고 잔소리를 마구 쏟아냈다. “한 달 동안 태릉선수촌에서 민하를 만날 때마다 잔소리를 했어요. 그만해야지 하지만 계속하게 되네요.” 하지만 잔소리를 쏟아내는 와중에도 눈빛 가득한 사제지간의 애정을 숨길 수 없었다.
13일 세계탁구선수권이 열리고 있는 프랑스 파리의 팔레 옴니스포르 드 파리베르시 경기장. 유 감독은 아들을 대하듯 황민하의 행동과 말 하나하나에 대해서 지적을 계속했다.
황민하는 최근 한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탁구 유망주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라켓을 잡은 황민하는 지난해 9월 대만오픈 15세 이하 남자 단식과 올해 2월 15세 이하 상비군 선발전에서 우승했다. ‘제2의 유남규’로 불리며 역대 최연소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1983년 당시 최연소(15세)로 태극마크를 달았던 유 감독은 자신과 같은 행보를 이어가는 31세 아래의 황민하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고 싶어 했다. “제가 태극마크를 달고 처음으로 대만에서 열린 친선전에 갔는데 5000여 명의 관중이 몰려 있는 것을 보고 너무 긴장했어요. 경기 때 상대 선수 얼굴조차 보이지 않았어요. 민하도 아마 이번 대회에서 같은 경험을 하게 될 것 같아 걱정되네요.” 그 말을 듣자 바로 황민하는 “그래도 전 잘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감독은 어린 나이에 세계무대에 나서는 두려움을 잘 알고 있다. “이번 대회가 민하의 탁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 같아요. 큰 무대에서 경험을 쌓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성적이 좋지 않으면 충격을 받을까 조금 걱정됩니다.”
이번 대회 목표를 말해달라는 주문에 황민하는 “32강 진출”이라고 했다. 황민하의 소심한 목표에 유 감독은 발끈했다. “내가 네 나이 땐 과감한 목표를 세웠어. 10대 때 최연소 국가대표가 되고, 20대 때 올림픽 메달을 따고 교수가 된 뒤, 30대 때 체육부 장관을 할 거라고 했거든. 대표선수라면 그 정도 목표는 세워야 하지 않을까?” 유 감독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황민하는 다시 목표를 밝혔다. “유남규 감독님을 뛰어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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