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은 달콤하지만 후유증을 동반한다. 연봉 협상 과정이 그렇다. 우승 주역 가운데 자유계약선수(FA)가 있다면 진통은 더 커진다.
프로배구 6연패를 달성한 삼성화재의 여오현(35·왼쪽 사진)과 고희진(33·오른쪽 사진)이 FA 1차 협상 기간에 재계약을 못했다. 석진욱(37)과 함께 ‘고참 3총사’로 통하는 두 선수는 다른 구단이 따라올 수 없는 삼성화재만의 문화를 만들어 온 팀의 기둥이다. 둘 모두 “내 종교는 신치용교”라고 말해 왔을 정도라 구단도 당황하고 있다. 삼성화재 방인엽 사무국장은 “최대한 성의를 보였는데 안타깝다. 샐러리캡(연봉 총액 상한제)이 있어 요구를 100% 수용할 수 없었다.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했다”고 말했다. 남자부 샐러리캡은 20억 원이다. 삼성화재는 샐러리캡의 99.9% 소진에 맞춰 협상을 해 왔다. 여오현은 “재계약을 못해 답답하다. 하지만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내 가치를 평가받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희진은 “차분하게 생각할 시간을 벌고 싶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를 제외한 모든 팀의 목표는 ‘타도 삼성화재’다. 전력 보강을 떠나 삼성화재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주축 선수를 빼오는 것이 한 방법일 수 있다.
지난 시즌 여오현은 연봉 2억4500만 원, 고희진은 2억3000만 원을 받았다. FA를 영입하는 구단은 원 소속 구단에 직전 시즌 연봉의 400% 또는 연봉의 300%와 보호선수 4명(FA 포함)을 제외한 선수 1명을 내줘야 한다. 선수를 주기 싫다면 영입 선수 연봉을 포함해 10억 원 이상의 거액을 써야 한다.
신치용 감독은 “둘이 조금씩 양보해 구단 제의를 받아들였으면 했는데 샐러리캡이 발목을 잡았다. 샐러리캡을 늘리면 좋겠지만 규정은 지켜야 한다. 다른 구단과의 협상 기간이라 현재로서는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오현과 고희진은 20일까지 다른 구단과 협상할 수 있고 이 기간에도 계약하지 못하면 21일부터 열흘 동안 다시 삼성화재와 협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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