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구 실종사건… 한미일 프로야구 포심 비율 날로 감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5일 03시 00분


커터-싱커 등 볼끝 휘는 변형속구 득세
고교도 유행… 강속구 대형투수 사라져

“직구가 거꾸로 유효한 시대가 됐습니다.”

미국 메이저리그 보스턴에서 뛰는 우에하라 고지(38)가 일본 스포츠 격주간지 ‘넘버’ 최신호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컷 패스트볼(커터)이나 싱킹 패스트볼(싱커)처럼 볼 끝이 움직이는 빠른 공이 메이저리그에서 대세가 되면서 오히려 곧바로 날아오는 포심 패스트볼에 타자들이 애를 먹는다는 뜻이다.

14일 메이저리그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PFX(Pitch F/X) 자료에 따르면 2008년 59%였던 포심 패스트볼 비율은 지난해 34.3%까지 떨어졌다. 투심 패스트볼을 포함해도 올해 투수들이 던진 속구(포심+투심)는 47.2%로 절반을 넘지 않는다. 그 대신 커터는 1.5%에서 5.4%로 높아졌다. 커터는 슬라이더보다 덜 휘지만 속도는 더 빠른 공이다.

국내 프로야구도 사정이 비슷하다. 프로야구 공식 통계 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투심을 포함한 속구 비율이 58.5%에서 54.5%로 떨어지는 동안 커터는 0.2%에서 1.4%로 7배로 올랐다. 국내 무대에 커터는 외국인 투수들이 뛰면서 본격적으로 보급됐다. 국내 선수 중에서는 김진우(KIA), 윤성환(삼성)이 커터를 잘 던진다.

여기에 더해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실밥을 하나만 쥐고 던지는 ‘원심(one-seam) 패스트볼’도 유행하고 있다. 현재 메이저리그 텍사스에서 뛰는 다루빗슈 유가 처음 던졌다는 원심 패스트볼은 우투수가 던졌을 때 오른쪽 아래로 휘어지며 떨어지는 구질을 보인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신인 투수 스가노 도모유키는 올 시즌 원심 패스트볼을 앞세워 5승 1패, 평균자책 2.83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커터 같은 ‘변형 속구’는 포심 패스트볼의 구속을 떨어뜨리는 단점이 있다. 메이저리그 탬파베이의 데이비드 프라이스는 지난해부터 커터를 본격적으로 던지면서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지난해 시속 95.5마일(약 153.6km)에서 올해 93마일(약 149.6km)로 떨어졌다. KIA 양현종도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대표팀 시절 커터를 배웠다가 ‘2류 선수’로 전락한 바 있다. 양현종이 올 시즌 현재 평균자책 1위(1.16)를 기록하고 있는 건 커터를 포기한 덕분이다.

한 고교 야구 관계자는 “요즘 고교 야구 투수들은 못 던지는 변화구가 없다. 그 대신 속구 구위는 예전 선수들을 못 따라간다”며 “최근 고졸 에이스 명맥이 끊긴 데는 이런 영향이 적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넘버’ 기사의 마지막 표현처럼 ‘볼 끝 좋은 스트레이트(포심 패스트볼)’야말로 좋은 투수의 기본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직구#포심#강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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