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피칭 X파일] 자기 공에 대한 자신감의 척도 ‘초구 스트라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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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16일 07시 00분


삼성 윤성환·KIA 양현종·두산 노경은(왼쪽부터).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 윤성환·KIA 양현종·두산 노경은(왼쪽부터).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아라

투수가 타자를 이기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초구 스트라이크다. 초구가 스트라이크가 되면 투수는 좀더 공격적인 피칭을 할 수 있다. 불리한 볼카운트로 끌려다니는 승부와는 결과에서도 큰 차이가 난다. 사이영상 수상자 그렉 매덕스는 “타자를 이기는 최고의 투구는 초구 스트라이크”라고 말했다. 박찬호 역시 투수에게는 ‘초구 스트라이크’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초구 스트라이크는 정신적인 기술이기도 하다. 자신의 공을 믿고 타자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든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던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초구 스트라이크는 2구 승부에 큰 도움
다음 공 볼이라도 1B-1S…큰 부담 없어

초구 스트라이크 6할대 선발투수는 7명
그 중 윤성환 등 삼성이 3명…10승 합작

KIA 양현종, 투구수도 줄이고 ‘일석이조’
두산 노경은 최하위…자신감 회복 시급


○삼성 선발진 초구 스트라이크 압도적 1위

14일까지 선발투수 가운데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60%가 넘는 투수는 모두 7명이다. 그중 삼성 선발투수가 장원삼, 밴덴헐크, 윤성환 등 3명이나 포함돼 있다. 밴덴헐크가 65%로 가장 높고, 윤성환이 63%로 2위다. 장원삼은 60%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만큼 3명의 성적도 좋다. 장원삼, 윤성환은 나란히 4승씩을 기록 중이고, 밴덴헐크는 2승을 올렸다.

초구 스트라이크는 투수의 2구 승부에 큰 힘을 실어준다. 어떤 구종, 어떤 코스를 선택하더라도 자신의 최고의 공을 던질 수 있다. 볼이 되더라도 볼카운트는 1B-1S가 된다. 반면 초구가 볼이 되면 2구 승부 시 공에 힘이 떨어진다. 볼카운트가 2B-0S가 될 수 있다는 부담에 로케이션과 무브먼트에 제약이 따른다. 장원삼, 윤성환은 모두 다승왕 출신이다. 왜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던져야 하는지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다.

○노경은,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져라!

두산 노경은의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은 48%다. 규정이닝을 채운 선발투수 32명 가운데 가장 낮다. 지난해 노경은은 데뷔 10년 만에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12승6패, 방어율 2.53이었다. 올해 노경은은 부진하다. 7경기에서 1승2패, 방어율 4.50이다. 주변의 큰 기대감과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으로 인한 컨디션 난조가 초반 부진의 이유일 수 있다.

그러나 당장 시급해 보이는 것은 자신감의 회복이다. 노경은의 직구, 슬라이더, 커브, 포크볼은 여전히 좋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자신감 있게 스트라이크를 던지는 것이다. 부진에서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롯데 옥스프링은 7일 광주 KIA전에서 한국무대 첫 완봉승을 거뒀다. 제구력에 문제점을 노출했던 그였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무려 76%에 이를 만큼 공격적이었다. 옥스프링은 3연패 후 4연승을 달리고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과 실패하는 것은 다르다!

초구 스트라이크는 단순히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던지는 게 아니다. 타자를 이길 수 있는 고품질의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한다. 많은 투수들이 불펜에선 공격적인 투구를 생각하다가도 마운드에 올라가면 볼카운트 싸움에서 끌려가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어떤 코스에 어떤 공을 던지느냐보다, 어떻게 던지느냐가 중요하다.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과 실패하는 것은 다르다.

올해는 사이드암투수가 많다. LG 신정락은 지난달 28일 잠실 롯데전에서 프로 데뷔 3년 만에 첫 승을 거뒀다. 신정락의 직구와 슬라이더는 명품이다. 직구의 무브먼트가 뛰어나고, 슬라이더는 마구로 표현될 만큼 예리하다. 그의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은 60%다. 이닝당 투구수가 KIA 양현종(14.5개)과 LG 우규민(14.7개) 다음으로 적은 14.9개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 3년 동안 신정락은 컨트롤이 불안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분명 달라졌다. 그를 주목하는 이유다.

NC 이태양은 상당히 공격적인 투수다. 선발 등판한 5경기에서 3승을 거뒀다. 피안타율 0.186, WHIP 0.91은 모두 리그 1위다. 직구와 슬라이더의 무브먼트가 좋고, 싱커도 위력적이다. 이태양은 모든 공을 전력으로 던진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은 56%, 이닝당 투구수는 15.2개로 A급이다. 올 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다.

○양현종, 리그 최고 좌완이 됐다!

시즌 초반 최고의 변화를 가져온 투수는 양현종이다. 특유의 ‘로켓 직구’가 살아났고, 컨트롤도 안정됐다.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2000개를 던지면서 얻은 자신감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양현종은 14일 현재 4승1패, 방어율 1.16을 기록하고 있다. 다승 공동 선두, 방어율 1위다.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이 61%로 선발투수 중 3위고, 이닝당 투구수는 14.5개로 선발투수 가운데 가장 적다. 직구의 제구가 몸쪽과 바깥쪽 모두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덩달아 슬라이더와 체인지업도 좋아졌다. 시즌 초반 모든 게 좋다. 올 시즌을 생애 최고의 시즌으로 만드는 방법은 현재를 유지하는 것이다.

○불펜진의 초구 스트라이크는 더욱 중요하다!

선발보다 불펜의 초구 스트라이크는 더욱 중요하다. 위기에서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던지지 못하면 타자와의 승부가 더욱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불펜에서 돋보이는 선수는 두산 신예투수 오현택이다. 오현택은 14경기에 등판해 3승4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불펜투수 가운데 초구 스트라이크 비율은 66%로 2위이며, 이닝당 투구수도 14.2개로 4위다. 베테랑인 넥센 이정훈은 16경기에서 2승7홀드1세이브를 기록 중인데, 불펜투수 가운데 이닝당 투구수가 13.4개로 가장 적다.

야구에서 가장 좋은 투구는 초구 스트라이크다.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던져야 타자를 이길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두려움 없이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던져라. 공 3개로 한 이닝을 끝마치는 짜릿함을 느껴보기 바란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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