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의 사나이.’ 프로농구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로 꼽힌 조성민(KT)은 돈 욕심을 버리고 자신의 진가를 알아봐 준 스승 전창진 감독과의 인연을 택했다. 조성민과 전 감독은 심심풀이 고스톱을 함께 칠 만큼 사석에서는 허물없는 사이다. 조성민이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앞 청계천변에서 농구공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저 떠나면 감독님이 한강에 빠져 죽겠다는데 어떻게 떠납니까.”
프로농구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로 평가되던 조성민(KT)은 돈보다 의리를 택했다. 특정 구단에서 6억 원 가까이 보장해 주기로 했다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조성민은 원소속구단인 KT와 연봉 4억 원에 인센티브 7000만 원을 합쳐 보수 총액 4억7000만 원을 받기로 하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이 같은 계약 사실이 알려지자 “조성민이 구단에 양보를 너무 많이 했다”는 팬들의 의견이 인터넷에 많이 올랐다.
조성민은 16일 당초 만나기로 했던 인터뷰 시간인 오전 11시보다 5시간이나 늦은 오후 4시에야 나타났다. KT와 재계약한 전날 밤새 술자리가 이어져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자리를 지키느라 도저히 약속 시간에 맞추기 힘들다며 양해를 구해 왔다. 만난 시간까지도 술이 덜 깨 얼굴이 붉었다. 팬들은 “손해를 많이 본 재계약”이라고 하는데 뭐가 그리 좋아서 밤새 술을 마셨을까. 조성민은 “계약에 만족한다”고 했다.
“손해 본 계약이 아니냐”고 첫 질문을 던졌다. “아니에요. 제가 (전창진) 감독님을 버리고 가기는 어딜 갑니까. 저를 최고의 선수로 키워보고 싶다고 한 감독님입니다. 이런 감독님을 버리고 다른 팀으로 가면 저는 진짜 나쁜 놈이죠.” 조성민은 애당초 KT에 남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FA시장에 나가 저의 가치를 평가받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하지만 감독님을 생각하면 도저히 떠날 수가 없었어요”라고 했다. 전 감독은 조성민을 붙잡지 못하면 옷 벗겠다는 엄포를 놨었다.
죽고 못 사는 사제. 전창진 KT 감독(오른쪽)은 조성민을 최고의 선수로 키우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KBL 제공“도대체 전 감독이 뭘 어떻게 했기에 돈 욕심까지 포기하면서 KT에 남기로 했느냐”고 물었다.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감독님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지도자예요.” 전 감독은 조성민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였을까. 조성민은 “아내가 저보다 감독님과 문자를 더 자주 주고받아요”라고 했다. 전 감독은 조성민의 경기력이 마음에 들지 않은 날은 눈물이 쏙 빠질 만큼 야단을 쳤다. 그런 뒤에는 조성민의 아내에게 문자를 보냈다. ‘야단 많이 쳤으니 위로 많이 해주세요’라고. 세심한 감독이다. 이런 전 감독의 배려를 알기에 조성민의 장인 장모도 나서서 KT에 남으라고 설득했다. 장인은 “한번 맺은 인연을 쉽게 버리면 안 된다”고 했다. 전 감독은 “내가 처음 KT 감독으로 왔을 때 성민이 연봉이 6000만 원이었다. 하지만 성실성만큼은 성민이를 따라갈 선수가 없었다. 처음 봤을 때 키워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해마다 발전하는 선수다. 이번에 나 때문에 손해를 본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조성민은 KT와 5년 계약을 했다. 올해 서른인 나이를 감안하면 KT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할 가능성이 크다. “프로로 데뷔한 KT에서 선수생활을 마칠 수 있으면 영광이죠. 앞으로 3년 안에 전성기는 지난다고 봐요. 그 전에 통합 우승도 하고 최우수선수(MVP)로도 뽑히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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