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지난 달 28일 강원FC와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0-2로 끌려가다 3-2로 뒤집었을 때 축구인들은 “10년에 한 번 볼까 말까한 경기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의 드라마는 현재진행형이었다. 서울이 다시 한 번 짜릿한 역전승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무대를 밟았다.
서울은 21일 베이징 궈안(중국)과 대회 16강 2차전 홈경기에서 3-1 역전승을 거뒀다. 1차전 원정에서 0-0으로 비겼던 서울은 1,2차전 합계 3-1로 8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시작은 좋지 않았다. 치명적인 실수가 나왔다. 전반 8분 평범한 볼을 김치우가 김용대에게 헤딩으로 백패스했는데 너무 약했다. 베이징 카누테가 가로채 가볍게 선제골을 터뜨렸다. 서울은 원정 다 득점 원칙에 의해 무조건 이겨야하는 상황으로 몰렸다. 베이징은 예상대로 전원이 하프라인 아래로 내려와 밀집수비를 구축했다. 서울의 파상공세는 2% 부족했다. 하대성과 데얀의 슛이 살짝 빗나가거나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서울 최용수 감독은 후반에 승부수를 던졌다. 김치우를 빼고 공격수 김현성을 투입했다. 후반 14분 드디어 찬스가 왔다. 문전 혼전 상황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는 데얀. 모두가 숨을 죽였다. 그러나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데얀의 킥은 왼쪽 포스트를 강타하고 튕겨 나왔다.
그러나 1분 뒤 탄식은 환호로 바뀌었다. 윤일록의 왼쪽 크로스가 상대 골키퍼 맞고 나오자 아디가 달려들며 동점을 만들었다. 이제 경기는 원점. 후반 24분 윤일록의 오른발이 번쩍였다. 문전 앞에서 흐른 볼을 윤일록이 그물을 찢을 듯한 강슛으로 연결했다. 드디어 역전.
다급해진 베이징은 지저분한 축구로 맞섰다. 후반 30분 윤일록이 쓰러지자 서울은 경기를 중단하기 위해 볼을 밖으로 걷어냈다. 이 경우 스로인으로 서울에 볼을 넘겨주는 것이 에티켓. 그러나 베이징은 그대로 경기를 진행했다. 관중석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양 팀 선수들이 엉겨 붙었고 카누테가 경고를 받았다. 카누테의 경고는 4분 뒤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베이징의 공격 때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는데 카누테는 휘슬을 듣고 무시한 채 슛을 날렸다. 당연히 두 번째 경고로 퇴장. 흐름이 완전히 서울로 넘어 왔다. 최 감독은 후반 39분 데얀을 빼고 한태유를 투입해 굳히기에 들어갔다. 종료직전 승리에 쐐기를 박는 골이 나왔다. 서울의 역습을 저지하기 위해 상대 골키퍼가 페널티 박스로 나온 사이 문전 앞으로 볼이 배달됐다. 고명진은 침착한 왼발 땅볼 슛으로 그물을 갈라 베이징을 무너뜨렸다. 이어진 주심의 종료 휘슬.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90분 드라마는 서울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