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는 ‘혈통의 스포츠’다. 경주마 생산 농가에서는 그래서 우수한 유전자를 지닌 명마의 혈통을 잇는데 많은 공을 들인다. 뛰어난 성적을 거둔 경주마들이 은퇴 후 씨수말로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한국 경마에서 최고의 혈통은 어떤 말일까? 몸값이 가장 비싼 경주마는? 몸값이 비싼 경주마는 성적도 뛰어날까?
KRA한국마사회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서울과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데뷔전을 치른 1500마리의 경주마를 대상으로 경주마들의 시장 가치와 성적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1억 이상 몸값 10마리 중 5마리는 ‘메니피’ 혈통
현재 한국 경마에서 혈통 보증 수표는 씨수말 ‘메니피’다. ‘메니피’의 피를 이어받은 자마들이 대부분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며 혈통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그래서 ‘메니피’의 자마들은 지금도 경매시장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19일 열린 삼관마 레이스 코리안더비에서도 ‘메니피’의 자마인 ‘스피디퍼스트’가 우승을 차지했다. 2012년 10월 1세 국산마 경매에서 2억6000만원에 낙찰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말 역시 ‘메니피’의 피를 받았다. 현재 한국 경마에서 1억 이상의 몸값을 가진 경주마 10마리 중 5마리가 ‘메니피’의 자마다. ‘메니피’ 자마 5마리의 몸값 총액은 6억3000만원이다.
○최고 몸값은 미국 원정 우승마 ‘필소굿’
한국 경마에서 활약중인 경주마중 가장 비싼 몸값의 경주마는 2억3752만원의 ‘필소굿’(4세·서울·이신영 감독)이다. ‘필소굿’은 2011년 미국 원정에 나서 지난해 9월 7일(한국시간) 미국 마이애미의 칼더경마장(1600M·모래주로)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한국으로 복귀해 열린 2012년 공개 경매에서 마주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끝에 고액에 낙찰됐다. ‘필소굿’은 국내 데뷔 후 3연승을 기록하며 1억원의 상금을 벌었다.
몸값 2위는 특급 씨수말 ‘메니피’의 자마로 2012년 3월 경매에서 1억6000만 원에 낙찰된 ‘브리그’(3세·서울·안병기 감독)다.
○1억 이상 몸값 경주마들 승률 43%
한동안 국내 억대 경주마들은 저조한 성적으로 ‘몸값을 못한다’는 비아냥을 들었다. 하지만 마주와 감독이 경주마의 혈통과 체형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1억원 이상 몸값의 가진 경주마 10마리를 조사한 결과 66회 경주에서 27회 우승, 43%의 월등한 승률을 기록했다. 2위 이상을 기록한 복승률은 무려 68%다. 벌어들인 상금은 13억2000만원에 달했다.
이에 비해 7000만원∼1억원 경주마의 승률은 21%, 4000만원∼7000만원은 15.5%였다.
○‘지금이순간’ 몸값 45배 상금 13억원 벌어
서울경마공원 국산마 랭킹 1위인 ‘지금이순간(국산, 4세 수말, 지용철 감독)’은 대표적인 ‘저비용 고효율’의 경주마다. ‘지금이순간’은 경매 당시 큰 주목을 끌지 못했고 몸값은 300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1년 5월 데뷔 후 지금까지 몸값의 45배인 13억4000만원을 상금으로 벌어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