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곧잘 인생살이에 비유된다. 태평양을 건너온 빅리그 초년병이 돈 매팅리 감독의 구세주 역할을 할지 그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LA 다저스는 23일(한국시간) 류현진의 7.1이닝 2실점 호투를 앞세워 밀워키 브루어스를 9-2로 완파했다. 다저스는 이로써 애틀랜타∼밀워키로 이어진 원정 6연전에서 2승4패를 기록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3연전에서 불펜진의 부진으로 모두 역전패를 당하자, 매팅리 다저스 감독에 대한 해임설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2억2000만달러의 연봉을 지출하고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자, 매팅리 감독의 지도력에 의문부호가 붙은 것이다. 네드 콜레티 다저스 단장은 일단 “매팅리 감독이 팀을 잘 이끌고 있기 때문에 지휘봉을 내려놓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진화를 시도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공동 구단주 매직 존슨은 1980년대 미국프로농구(NBA) LA 레이커스의 쇼타임을 이끌며 늘 이기는 데 익숙했던 인물이다. 시즌 전부터 여러 차례 “다저스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실패한 시즌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두 명의 정상급 선수만 보유해도 플레이오프에 쉽게 진출할 수 있는 NBA와 달리 클레이튼 커쇼가 아무리 잘 던진다 해도 162경기 중 35차례 이상 선발로 나오기 힘든 게 메이저리그다.
다저스는 23일 현재 19승26패로 지구 최하위다. 선두권과는 6경기차가 나고, 4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격차도 1.5경기다. 19승 중 커쇼와 류현진이 5승씩을 따냈다. 커쇼는 방어율 1.35로 에이스다운 면모를 보이고 있다. 외형상 커쇼의 활약이 두드러지지만, 류현진의 승리는 팀을 연패의 위기에서 구해낸 것이라 더욱 값지다. 첫 승을 거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모두 이전 경기에서 팀이 패한 상태에서 마운드에 올라 승리를 신고했다. 특히 12일 마이애미 말린스전에선 팀의 8연패 사슬을 끊는 데 앞장섰다.
만약 이번 브루어스와의 3연전 마지막 경기를 패했다면 매팅리 감독의 운명은 풍전등화와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물론 아직 그의 해임설이 수면 아래로 내려간 상태도 아니다. 매팅리 감독은 “류현진의 호투와 경기 초반부터 팀 타선이 효과적으로 터져 쉽게 경기를 풀 수 있었다”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만약 매팅리 감독이 해고 위기를 극복하고 시즌을 계속 이어간다면, 이날 류현진의 5승은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고 해도 큰 무리는 아닐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