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워키전 8회1사까지 2실점
타선도 9점 지원 사격… 5승 수확
ML홈피 “현진, 다저스 최후 보루”
29일 LA에인절스 상대로 6승 도전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군 지휘부가 나서 전장의 신병을 구해낸다. 그러나 23일 미국 밀워키에서는 반대로 신병이 나서 위기에 처한 지휘부를 구해냈다. 데뷔한 지 만 2개월도 안 된 ‘이병’ 류현진이 ‘사령관’ 돈 매팅리 감독을 구한 것.
미국 프로야구 LA 다저스의 ‘코리아 몬스터’ 류현진(26)은 이날 미국 위스콘신 주 밀워키 밀러파크에서 열린 밀워키와의 방문경기에서 7과 3분의 1이닝 동안 6피안타 2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5승(2패) 사냥에 성공했다. 데뷔 후 가장 긴 이닝을 소화한 류현진의 호투와 오랜만에 터진 타선에 힘입어 다저스는 9-2 낙승을 거뒀다.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와 함께 팀 내 다승 공동 선두로 올라선 류현진은 평균자책점도 3.30으로 낮췄다.
전날 제2 선발 잭 그링키를 앞세우고도 14개의 잔루로 단 2점밖에 뽑지 못하고 패한 매팅리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선수들의 집중력 부재를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가장 경쟁력 있고 열심히 싸우는 팀을 만들기 위해 선발 라인업을 조정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매우 이례적인 책임 추궁이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다저스 타선은 전날과 달리 1회 선취점을 낸 데 이어 2회 대거 5점을 뽑아내며 류현진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앞선 9경기에서 류현진의 투구 내용을 감안했을 때 6점이면 승리를 보장하는 점수였다. 류현진은 5회까지 매회 주자를 출루시켰지만 2개의 병살타, 동료들의 호수비, 삼진으로 밀워키 타선을 무득점으로 틀어막았다. 그러나 6회말 1사 후 밀워키의 간판타자 라이언 브론에게 중월 솔로홈런을 허용해 무실점 행진의 막을 내렸다. 타격에서는 삼진 3개를 포함해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매팅리 감독은 경기 후 “지난 애틀랜타전에서 부진했다기보다는 선발투수로서 짧은 이닝을 던졌을 뿐이다. 류현진이 오늘 경기에서 8회까지 던졌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고 아주 좋았다. 밀워키 타선과 이 구장에서의 피칭은 쉬운 게 아니다. 밀워키 우타 라인을 효과적으로 막았다”며 류현진을 칭찬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는 “매팅리 감독의 경질설이 도는 때 다저스가 류현진을 최후의 보루로 삼아 승리했다”고 전했다. 미 일간지 로스앤젤레스타임스도 “경쟁력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어 팀 내에 풍파가 일던 때 다저스가 잠시 안도감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류현진은 29일 오전 11시 10분 LA 에인절스전에서 6승 도전에 나선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이현두 기자 symoontexas@hotmail.com
▼ 겸손한 괴물… 신인왕 욕심 묻자 “No” ▼ 투타 경쟁자 많지만 여전히 유력후보… 현재의 페이스 유지하면 가능성 높아
“아뇨! 노(No)!”
23일 밀워키전 호투로 기분 좋은 5승째를 거둔 류현진이었지만 신인왕에 대한 기대를 묻는 질문에는 이처럼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평소 성격을 감안할 때 의례적인 대답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신인왕에 대한 욕심 때문에 오버페이스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수 있다.
한국에서 ‘괴물 투수’로 불렸던 류현진은 미국에서도 ‘몬스터’다운 루키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최고의 선수들만 모인 메이저리그에는 ‘괴물’이라고 할 만한 선수가 적지 않다. 현재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세인트루이스의 오른손 투수 셸비 밀러다. 2009년 전체 19순위로 세인트루이스에 1라운드 지명을 받은 밀러는 9경기에 선발 등판해 5승 3패에 평균자책점 1.74를 기록 중이다.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를 통틀어 신인 선발 투수 가운데 평균자책점 1위다. 평균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던지면서 팬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밀워키의 마무리 투수로 자리 잡은 짐 헨더슨도 2승 1패 9세이브에 평균자책점 0.95의 짠물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야수 가운데서는 애틀랜타 포수 에번 개티스와 애리조나 유격수 디디 그레고리우스의 활약이 눈부시다. 4월의 신인상을 받은 개티스는 벌써 10개의 홈런을 때렸다. 그레고리우스는 타율 0.348에 8타점을 기록 중이다.
스스로는 신인왕에 대한 관심을 부인하고 있지만 류현진이 훌륭한 신인왕 후보인 것은 분명하다. 양 리그를 통틀어 5승을 거둔 신인은 류현진과 밀러 2명밖에 없다. 이날 밀워키전에서는 자신의 메이저리그 최다인 7과 3분의 1이닝을 던지면서 ‘이닝 이터’로서의 면모도 과시했다. 시즌 투구 이닝에서는 62와 3분의 2이닝을 던진 류현진이 밀러(60이닝)를 약간 앞선다.
류현진은 “언젠가는 무실점 경기가 나올 것이다. 올해 안에는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욕심 부리지 않고 지금 페이스를 시즌 끝까지 유지한다면 류현진이 한국 선수 최초의 메이저리그 신인왕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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