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독일 분데스리가 클럽 간의 대결로 이목을 집중시킨 2012∼2013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의 주인공은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뮌헨은 2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르트문트와 대회 결승전에서 1-1 팽팽하던 후반 44분 아르연 로번(29·네덜란드)의 결승골로 2-1로 이겼다. 통산 5번째이자 2000∼2001시즌 이후 12년 만에 되찾은 영광이었다. 우승 상금 1050만 유로(약 153억 원). 여기에 라운드별 수당 3590만 유로(약 532억 원)와 스폰서 및 TV 중계권 수입의 배당 등을 합치면 800억∼900억원이 될 전망이다. 분데스리가 정규리그를 제패한 뮌헨은 자국 컵 대회 결승에도 올라 있어 트레블(3관왕) 달성도 목전에 뒀다.
○로번, 미운 오리에서 영웅으로
초반 흐름은 도르트문트가 잡았다. 그러나 관록은 무시할 수 없었다. 후반 15분 프랭크 리베리의 발끝을 떠난 볼을 잡은 로번이 크로스를 올리자 만주키치가 왼발 슛으로 연결해 리드를 잡았다. 8분 후 수비수 단테의 파울로 내준 페널티킥(PK)을 도르트문트 일카이 귄도간이 동점골로 연결했지만 뮌헨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종료 직전 리베리의 패스를 문전 쇄도하던 로번이 상대 수비수를 따돌린 뒤 왼발 슛으로 골 망을 갈랐다. 1골1도움을 올리며 뮌헨의 새 역사를 쓴 로번은 MVP에 선정됐다. 로번은 1년 전만 해도 ‘역적’ 논란에 시달렸다. 2011∼2012시즌 뮌헨은 첼시(잉글랜드)와 대회 결승에서 로번의 PK실축으로 준우승에 그쳤다. 2009∼2010시즌에도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날도 로번은 전반 두어 차례 기회를 무산시켰다. 시상대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린 로번은 “또 한 번 패자로 기억되고 싶지 않았다. 우린 역사를 썼다”며 감동을 전했다.
○강렬했던 하인케스의 힘
뮌헨의 영광 뒤에는 유프 하인케스(68·독일) 감독이 있었다. 1987∼1991년, 2009년에 이어 2011년부터 3번째 뮌헨 지휘봉을 잡은 하인케스의 지도력이 빛났다. 앞서 하인케스는 1997∼1998시즌 레알 마드리드를 챔스리그 정상에 올려놓은 바 있다. 두 개 팀을 유럽 왕좌에 등극시킨 건 에른스트 하펠-오트마르 히츠펠트-주제 무리뉴 감독에 이어 4번째다. 그는 가족을 위해 올 시즌을 끝으로 아름다운 퇴장을 선택했고, 뮌헨은 하인케스의 후임자로 FC바르셀로나 출신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을 내정한 상태다. 그러나 하인케스의 위대한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뮌헨은 6월2일 열릴 독일 컵 대회(DFB 포칼) 결승을 앞뒀다. 분데스리가-챔스리그에 이어 컵 대회까지 제패하면 3관왕이다. 유럽 전체를 봐도 시즌 3관왕은 2009∼2010시즌 인터 밀란(이탈리아) 등 6차례에 불과하다. “우린 계속 발전했다. 적절한 변화와 조화가 이룬 위대한 결과였다.”(하인케스)
○업그레이드 된 전력
뮌헨도, 도르트문트도 멋진 여정을 했다. 특히 대회 4강에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양대 산맥인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를 제압하면서 ‘대세’임을 확인시켰다. 뮌헨은 바르셀로나를 1∼2차전 합계 7-0으로, 도르트문트는 마드리드를 합계 4-3으로 꺾었다. 과거 독일 축구는 ‘힘과 높이, 조직력’으로 대표됐다. 뮌헨은 여기에 강한 압박과 높은 볼 점유로 공간을 찾았다. 세밀함도 장착됐다. 최근까지 유럽 내 최고의 ‘공간 활용’ 축구는 스페인이 했지만 독일은 자신의 장점에 상대의 ‘배울 점’까지 추가해 실력을 업그레이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