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구단은 26일 레전드들을 맞느라 분주했다. 29일 축구단 창단 40주년을 맞아 K리그 클래식 대구FC와 13라운드를 ‘축제의 장’으로 꾸몄다. 13인의 레전드를 명예의 전당에 헌액했다. 포스코 설립자인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의 아호를 따 본부석 맞은편에 청암 존을 헌정했다.
21년 만에 개인자격으로 한국을 찾은 라데는 일찌감치 경기장에 왔다. 옛 발자취를 들여다보고 인터뷰를 하기 위함이다. 1시간 가까운 인터뷰를 마치고도 싱글벙글했다. 곧장 경기장 밖으로 나가 레전드로 뽑힌 박태하, 김기동 등과 함께 팬 사인회를 가졌다. 이날 관중은 1만6644명. 경기장 곳곳에서 빈 자리가 눈에 띄었으나 함성만큼은 여느 때보다 뜨거웠다.
경기 시작 전, 포항 시절 활약상을 담은 레전드 13인의 영상이 소개됐다. 팬들은 아련한 추억에 젖어들었다. 황선홍-홍명보-라데의 영상이 이어지자 팬들의 환호성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포항과 대구 선수들도 훈련 중간 중간 선배들의 영상을 들여다봤다. 이회택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과 최순호 협회 부회장, 이흥실 전 전북 감독 등은 그라운드에 입장한 선수들은 격려했다.
압권은 포항-대구전을 마치고 진행된 ‘레전드 매치’였다. 포항여자전자고등학교 및 U-18팀인 포철고와 전·후반 20분씩 나눠 경기를 가졌다. 솟아오른 뱃살에 뒤뚱거리며 뛰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최순호 부회장은 “우리는 딱 중1 선수들과 뛰어야 한번 겨뤄볼 수 있다”고 약한 모습(?)을 드러냈다.
라데는 1-1 균형을 맞추는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지워진 복근을 드러내며 상의 탈의 세리머니로 경고를 받았다. 관중들은 큰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철조망에 매달리는 세리머니를 할까 했는데 철조망이 나보다 25년은 늙은 것 같아 하지 않았다”고 웃었다. 박창선은 머리와 오른발로 두 차례 골대를 강타했다. 결과는 3-3 무승부. 이날 행사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은 가슴 한 켠에 또 다른 추억을 담고 그라운드를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