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롯데-넥센전에서 주자의 ‘진루포기’라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상황은 넥센이 2-1로 앞선 1회말 공격 2사 1·2루에서 오윤의 중전 안타가 터졌을 때 발생했다.
넥센 2루주자 강정호는 전력질주로 3루를 돌아 홈 플레이트를 파고들었다. 이때 롯데 포수 강민호는 중견수 전준우의 홈 송구를 떨어뜨렸고, 강정호는 3루 쪽 넥센 덕아웃으로 환영을 받으며 귀환했다. 그런데 강민호를 포함한 롯데 덕아웃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섰다. 심판진도 강정호의 아웃을 선언했고, 그대로 이닝이 종료됐다. 강정호가 홈플레이트가 아닌 강민호의 발등을 밟았기 때문. 이계성 대기심은 “흔히 누의 공과라고 말을 하는 상황인데 정확한 용어로는 주자의 진루포기”라고 설명했다. ‘강민호가 발로 진로를 막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처음부터 발을 그렇게 하고 있었으면 주루방해가 될 수 있지만 송구를 받고 블로킹하는 과정이었기에 문제가 없다”고 해석했다.
메이저리그 같으면 주자가 발을 들이밀 공간이 없을 시, 팔로 포수의 목을 노리고 밀쳐버리는 충돌을 불사한다. 그러나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인 한국적 풍토에서 강정호는 부상 위험이 높은 충돌을 피해서 홈 플레이트를 터치하려다 강민호의 ‘발로킹’에 당하고 만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