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들과 아직 서먹하지만 동국이가 있잖아요 2002년 홍명보 주장처럼 후배들 잡을 것 ㅋㅋ”
“치료실이 어디 있나 한참 찾았네요.”
김남일(36·인천 유나이티드)이 쑥스러운 듯 말했다. 대표팀은 레바논(6월5일)-우즈베키스탄(11일)-이란(18일)과 월드컵 최종예선 3연전을 앞두고 27일 파주NFC에 소집됐다. 대표팀은 많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이날 한 차례 오후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했다. 최강희호 멤버 중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은 선수는 김남일이었다. 그는 2010남아공월드컵 이후 3년여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11년 전 홍명보처럼
소집시간은 27일 낮 12시였다. 취재진은 보통 소집 시간에 맞춰 NFC 숙소로 들어가는 선수들을 인터뷰한다. 김남일을 한참 기다렸지만 허탕을 쳤다. 알고 보니 그는 아침 9시에 이미 들어와 있었다. 경고누적으로 주말 경기를 못 뛴 그는 원래 전날 밤 오려고 했다가 개인사정으로 아침 일찍 들어와 개인운동을 했다. 김남일은 오랜만의 소집 소감을 담담하게 풀어놨다.
“치료실 어디 있나 한참 찾았어요.(웃음) 대표팀 유니폼을 입으니 흥분됩니다. 경기에서는 공수를 조율하는 역할을 잘 하겠습니다. 팀에 어리고 좋은 공격수들이 많아 기대됩니다. 대표팀 경기를 보며 후배들과 함께 뛰면 호흡이 잘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도전적인 패스를 보여주겠습니다.”
김남일은 이동국(34)과 곽태휘(32) 등 몇몇 고참급을 제외한 나머지 후배들에게 삼촌뻘이다. 막내인 손흥민과는 무려 15살 차. 김남일은 “어린 후배들 사이에서 어떻게 적응할 것이냐”는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그는 모범답변을 피하고 솔직하게 답했다.
“애들 참 착하더라고요. (이)동국이랑 방에 같이 있는데 애들이 일일이 방에 와서 인사했어요. 인상 깊었습니다. (손)흥민이가 저에게 인사한 뒤 저를 지나가지 못하고 멀리 돌아가더라고요. (김남일을 평소 롤 모델이라 밝힌) (박)종우와도 인사했죠. 사실 서먹합니다. 얼른 분위기에 적응해야죠. 동국이가 있으니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최고참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할 지 고민을 많이 한 흔적도 엿보였다. 김남일은 2002년 3월, 대표팀이 스페인 전훈을 갔을 때를 떠올렸다. 당시 대표팀 최고참은 홍명보 전 올림픽팀 감독이었고, 김남일은 20대 중반의 팔팔하고 겁 없는 나이였다.
“11년 전 (홍)명보 형이 생각이 났습니다. 그 때 명보 형이 며칠 동안 우리를 다 지켜본 뒤 하루는 모두 부르더니 엄하게 한 마디 하시더라고요. 정말 카리스마 있고 인상 깊었습니다. (홍명보가 어떤 이야기를 했나요) 훈련 똑바로 안 하냐고, 욕 비슷하게 섞어가며 말했던 것 같은데요. (웃음) 저도 이번에 후배들에게 똑 같이 한 번 해볼까 고민 중입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