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프로배구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처음 열렸을 때 먼저 손을 쓴 쪽은 삼성화재였다. 삼성화재는 현대캐피탈 공격수 박철우(28)를 영입했다. 이에 현대캐피탈은 보상선수로 세터 최태웅(37)을 데려왔다.
두 팀의 ‘1차 FA 힘겨루기’ 결과는 삼성화재의 완승이었다. 현대캐피탈은 국가대표 세터 권영민(33)을 보유했으면서도 포지션이 겹치는 최태웅을 선택했다. 전력 보강에 앞서 상대를 약화시키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삼성화재는 흔들리지 않았다. 최태웅의 그늘에 있던 인하대 시절의 ‘천재 세터’ 유광우(28)가 진가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삼성화재는 이후에도 잇달아 우승컵을 안았고 현대캐피탈은 3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실패했다. 최근 성적만 보면 사실상 ‘라이벌’이라 부를 수 없는 관계다.
이번에는 현대캐피탈이 먼저 손을 썼다. 삼성화재 주전 리베로 여오현(35·사진)을 영입한 것. 두 팀의 ‘2차 FA 싸움’인 셈이다. 삼성화재는 우리카드의 이강주(30)를 데려와 여오현의 공백을 메웠지만 ‘영원한 삼성화재맨’일 것 같았던 여오현의 이탈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이제 관심은 삼성화재가 보상선수로 누구를 영입하는가에 쏠린다. FA를 영입한 구단은 다음 달 3일 낮 12시까지 영입 FA를 포함한 보호선수 4명의 명단을 FA를 내준 팀에 제출해야 한다. 삼성화재는 이 과정의 중심이다. 현대캐피탈 선수 1명을 데려올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카드에 선수 1명을 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상대의 보호선수가 누구인지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자기 팀 보호선수 명단을 결정해야 한다. 현대캐피탈-삼성화재-우리카드로 이어지는 ‘삼각 트레이드’의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보상선수 결정 시한은 다음 달 7일 오전 9시다.
현대캐피탈은 여오현을 포함해 공격수 문성민과 세터 권영민을 일단 묶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뒤 삼성화재의 전력에 덜 보탬이 되는 선수를 내주기 위해 남은 한 명의 보호선수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이강주가 젊고 좋은 리베로이지만 아직까지 여오현만큼은 아니다. 당장은 현대캐피탈이 괜찮은 선택을 했다. 하지만 삼성화재가 보상선수를 통해 약점을 보강할 수 있다면 전력 누수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현대캐피탈의 ‘2차 FA 싸움’ 승자는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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