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드기 같구나… 찐득찐득 징크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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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4년 넘게 A팀을 이기지 못해서 참 답답했죠. A팀과의 홈경기를 앞두고 전날 감독님과 코칭스태프들이 함께 골대에 막걸리를 붓고 승리 기원을 하기도 했어요. 경기 당일 우리 선수들의 슛이 골대만 맞혀서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죠.”(B팀 관계자)

#2 “특정 팀과의 징크스가 한번 생기면 깨지기 힘들어요. 올해 징크스가 몇 개 깨지긴 했지만 유독 C팀과의 징크스가 안 깨졌어요. C팀과의 경기가 있는 주면 C팀을 상징하는 고기를 매일 먹기도 했어요. 그래도 깨지지 않으니 이제는 그냥 운에 맡겨요.”(D팀 관계자)

프로축구 제주 유나이티드는 26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FC 서울과의 홈경기에서 4-4로 비겼다. 무승부였지만 제주 관계자들은 침통한 표정이었다. 2008년 8월 27일부터 이어져 온 서울전 연속 무승 기록이 16경기(6무 10패)로 늘어났기 때문. 제주 박경훈 감독이 군복을 입는 퍼포먼스까지 벌였지만 징크스 탈출에는 실패했다. 제주 관계자는 “징크스를 한번 얻으면 깨는 것은 무척 어렵다. 선수들도 의식하면서 더욱 깨기 힘들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징크스가 왜 안 깨지는지, 왜 못 깨는지 감독과 선수들은 물론이고 팀 관계자들도 알지 못한다. K리그에는 수많은 징크스들이 생겨났다가 사라지기도 하지만 10년 넘게 따라다니며 팀을 괴롭히는 경우도 있다.

부산 아이파크는 2002년 9월 25일 이후 서울 방문경기에서 15경기 동안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10년 넘게 징크스가 이어지고 있다. 전남 드래곤즈와 인천 유나이티드는 서로 징크스가 물려 있다. 전남은 인천을 이기고 싶어 하지만 17경기째 무승(12무 5패)이다. 반면 인천은 2007년 3월 31일부터 전남 방문경기에서 8경기 연속 무승부를 기록 중이다.

징크스를 탈출하기 위한 팀들의 노력은 처절하다. 한 구단의 관계자는 “한 감독은 징크스를 깨기 위해 특별히 승리를 많이 가져다준 넥타이를 매거나 셔츠를 입기도 한다. 징크스 탈출 퍼포먼스를 볼 때마다 우리 팀은 제발 징크스가 생기지 않게 해 달라고 기원한다”고 말했다. 아쉽게도 K리그 클래식 14개 팀은 모두 2년 이상의 징크스를 가지고 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프로축구#징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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