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찬규 물폭탄 사건’ 갈등 수습국면 중 “못배운 야구인, 女아나운서 만만하지?” 방송사 기자 SNS 남긴 글 논란 재점화
“선수시절 각성제 복용” 난데없는 파문 이 해설위원, 뒤늦은 해명…뒷맛 씁쓸
프로야구계가 글과 말 때문에 시끄럽다. ‘물벼락 세리머니’가 야구선수의 인성 논란으로 번져버렸고, 은퇴한 레전드 출신 해설위원은 방송에서 ‘선수 시절 각성제를 복용했다’는 말을 꺼내 파문을 일으켰다. 두 사건 모두 출구를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이미 일파만파 번진 뒤라 야구계에 적잖은 생채기를 남기고 말았다. 터지지 않을 수도 있었던 일들이 잇달아 벌어졌기에 뒷맛이 더 씁쓸하다.
○난데없는 이숭용 설화 사건
현대 주장 출신으로 현재 XTM 해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숭용은 27일 인터넷 야구 토크쇼에서 현역 시절 각성제 성분이 함유된 약물을 복용했다고 밝혀 파장을 몰고 왔다. 일이 커지자 이 위원은 28일 “외국인선수가 그런 약을 복용한 것을 방송의 재미를 위해 내가 사용한 것처럼 과장되게 말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경솔했다. 말의 소중함을 새삼 느꼈다”고 사과했다. 다만 이 위원은 “선수생활을 지금까지 성실하게 해왔다”며 약물 복용 의혹을 부인했다. 복용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외국인선수가 복용했던 것도) 약물이 아니라 지금으로 치면 ‘고농축 카페인 에너지음료’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야구계가 요즘 시끄러운데 (설화에 휘말려) 미안하다”고 밝혔다.
○엉뚱하게 불똥 튄 물벼락 세리머니
LG 임찬규가 26일 잠실 SK전 직후 수훈선수를 인터뷰하던 KBSN스포츠 정인영 아나운서에게 물벼락을 뒤집어쓰게 만든 사건은 LG 구단과 임찬규의 사과로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27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이용해 이 방송사 PD가 야구선수의 인성을 거론하고, 제작편성팀장이 LG 선수 인터뷰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큰 논란을 낳았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가 KBSN스포츠와의 인터뷰 거부로 맞불을 놓으면서 사태는 악화됐다. 결국 이 방송사가 선수협에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 양측의 갈등은 수습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 방송사 기자가 SNS에 ‘야구인들 I goed 같은 영어실력은 못 배워서 그렇다 치고 MLB나 일본야구에 무지한 건 무관심이라 하고, 비야구인들이 놀랄 정도로 야구 자체를 모르는 것은 그냥 넘어가지만 기본 개념은 찾아라. 여자 아나운서가 만만하지? 검찰 취재 중 그랬으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라는 글을 올린 것이 또 다른 분쟁의 도화선이 됐다. 이에 선수협은 28일 “야구선수들을 못 배우고, 형편없는 사람들로 모욕한 이 기자에 대해 소속 방송사에 공식적인 징계와 앞으로 야구계에서 퇴출시킬 것을 요청한다. 또한 선수협은 모든 선수들이 이 기자의 취재에 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강경하게 대응했다.
임찬규와 LG 구단이 정 아나운서에게 정중히 사과했고, 그 사과가 받아들여지면 조기에 매듭지어질 수 있었던 사안이 제3자들의 잇단 SNS상 개입으로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확대돼 야구계를 어수선하게 만든 상황이다. 심지어 롯데 외국인선수였던 사도스키까지 트위터에 “LG는 KBSN이 아니라 정 아나운서에게 사과해라. 야구단이 없으면 KBSN 야구 관련 직원들도 존재하지 못할 것을 기억하라”고 일갈하기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