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류현진의 미스터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29일 19시 23분


류현진이 막강 타선의 LA 에인절스를 상대로 메이저리그 첫 완봉승을 따낸 29일. 류현진의 호투는 경기를 앞둔 국내 선수들과 야구 관계자 사이에서도 단연 화제였다. 대화는 대개 이런 말로 마무리됐다. "그러니까 괴물이죠, 달리 괴물이겠어요."

콜로라도 시절이던 2005년 샌프란시스코와의 경기에서 완봉승을 거뒀던 김선우(두산)는 "미국에 간다고 할 때부터 현진이는 무조건 성공할 줄 알았다"고 했다. 김선우는 "구종과 스피드를 떠나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신감이다. 그런데 현진이는 한국에서도, 미국에서도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공을 던진다. 류현진만이 갖고 있는 담대함이 있다"고 했다.

유필선 두산 운영팀 과장도 "마운드에 선 투수의 작은 동작에서 그 투수의 심리 상태를 알 수 있다. 그런데 류현진은 홈런을 맞을 때건, 삼진을 잡은 때건 전혀 표정을 읽을 수 없다. 처음 서본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그렇게 담담할 수 있는 투수는 류현진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류현진은 기술적으로도 '괴물'에서 '몬스터'로 진화했다. 류현진은 예전부터 직구,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4가지 구종을 자유자재로 던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국에 있을 때 커브는 주로 여유 있는 상황에서만 던졌다. 그런데 미국에 가서는 커브마저 결정구로 만들어 버렸다. 좌우가 상대적으로 후한 한국의 스트라이크 존에 비해 상하를 잘 잡아주는 미국 심판들의 입맛에 맞춘 것이다. 류현진은 "경기 전 던져보고 제일 나은 공을 경기 때 주무기로 쓴다"고 했다. 4가지 구종이 모두 결정구인 투수는 한국에는 없고 미국에서도 찾기 쉽지 않다.

구속 증가는 미스터리하기까지 하다. 2006년 한화에 입단한 뒤 지난해까지 류현진이 던진 가장 빠른 공은 시속 151km였다. 그런데 완봉승을 거둔 이날 류현진의 최고 구속은 154km까지 나왔다. 9회 마지막 타자 마이크 트라우트를 상대할 때 던진 마지막 직구가 151km이 찍히는 등 경기 후반까지 전혀 스피드가 떨어지지 않았다. 임헌린 한화 홍보팀장은 "한참 어릴 때보다 더 빠른 공을 던진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라고 했다.

한국에 있을 때 류현진은 대개 100개 이상의 공을 던졌고, 종종 완투도 했지만 경기 내내 전력투구를 하진 않았다. 완급조절을 통해 힘을 최대한 비축하면서 경기를 이끌어갔다. "모르는 타자가 많아 항상 최선을 다해 던진다"는 고백처럼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는 매 경기 모든 공을 전력으로 던진다. 그런데도 구속이 오히려 빨라졌다. 류현진은 달리 괴물이 아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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