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몬스터’ 류현진(26·LA 다저스)은
메이저리그 데뷔 11경기 만에 완봉승을 따냈다. 29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의 인터리그 홈경기에서
9회까지 4사구 없이 2안타만 허용하며 무실점으로 역투해 팀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다저스 투수가 2안타 완봉승을 신고한 것은
2011년 6월 21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전에서 클레이튼 커쇼가 4-0 완봉승을 거둔 이후 처음이었다.
박찬호, 총 10차례 완투 중 완봉은 3차례뿐 ML서 7년 활약한 김병현은 한 번도 못 해봐 다저스 루키로선 노모 이후 18년 만의 기록
투구수 제한·분업화로 갈수록 어려운 완봉승 99년 이후 한 시즌 5차례 이상 투수는 4명뿐
○현대야구에선 쉽지 않은 완봉승
완봉승(Shut Out)은 한 명의 투수가 단 1점도 내주지 않고 승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완봉승의 최고봉은 퍼펙트게임이다. 실점뿐 아니라 안타, 볼넷, 몸에 맞는 볼, 심지어 야수실책도 없이 주자의 출루를 원천봉쇄해야 한다. 9이닝 동안 27명의 타자만 상대해 승리를 따내야 가능한 기록이다. 135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서 퍼펙트게임은 23차례밖에 나오지 않았다. 시애틀 매리너스 펠릭스 에르난데스가 지난해 작성한 퍼펙트게임이 가장 최근이다. 안타는 허용하지 않았지만 4사구나 실책 등으로 주자를 내보낸 상태에서 완봉승을 거둘 경우는 노히트노런이 된다.
역사상 가장 많은 완봉승을 거둔 투수는 워싱턴 세니터스에서 1907년부터 1927년까지 활약한 월터 존슨으로 무려 110차례나 기록했다. 2위인 피트 알렉산더보다 20차례나 더 많다. 단일시즌 최다 완봉승은 16번으로 피트 알렉산더(1916년)와 조지 브래들리(1876년)가 보유하고 있다. 현대야구에선 일반적으로 투구수를 120개 이하로 제한하고 있는 만큼 이런 기록들은 영원히 깨지지 않을 듯하다. 현역 선수 가운데 최다 완봉승 기록 보유자는 필라델피아 필리스 로이 할러데이다. 빅리그 14년차의 할러데이는 20차례 완봉승을 맛봤는데, 역대 순위로는 244위에 불과하다.
○선배들의 페이스를 앞지른 류현진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첫 완봉승은 한국인 투수로는 7년 만에 나온 것이다. 2006년 6월 3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소속의 박찬호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원정경기에서 6이닝 6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7-0 강우 콜드게임 완봉승을 거둔 바 있다. 이는 박찬호의 개인통산 3번째 완봉승이었다. 현재 두산에서 뛰고 있는 김선우도 2005년 콜로라도 로키스 소속으로 한 차례 완봉승을 따냈다.
범위를 완투까지 확대하면 박찬호는 10차례, 김선우와 서재응(현 KIA)은 각각 1차례씩 기록했다. 따라서 류현진의 완봉승은 한국인 선수 13번째 완투이기도 하다. 1994년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박찬호는 2010년까지 총 476경기(선발 287경기)에 등판해 10차례 완투(1997년 2번·1998년 2번·2000년 3번·2001년 2번·2006년 1번)를 했다. 평균 28.7경기당 1차례 꼴로 완투한 것이다. 그 중 완봉승은 3차례(2000·20001·2006년)뿐이다. 빅리그 마운드를 밟은지 무려 7년차에 가서야 완봉승의 기쁨을 맛봤으니, 류현진의 첫 완봉승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할 수 있다. 박찬호의 경우 선발로 출격해 평균 95.6경기에 한 차례씩 완봉승을 거둔 것이다.
1999년부터 7년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김병현(현 넥센)은 394경기(선발 87경기)에 출전했지만, 완투나 완봉을 기록하지 못했다. 동갑내기 절친 서재응과 김선우는 약속이나 한 듯 6년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며 118경기에 나섰다. 그 중 서재응은 선발로 나선 102경기에서 뉴욕 메츠 시절이던 2005년 딱 한 차례 완투를 기록했을 뿐 완봉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38경기에 선발로 나섰던 김선우는 2005년 기록한 완봉승이 처음이자 마지막 완투였다. 이밖에 조진호(1998∼1999년), 봉중근(2002∼2004·현 LG), 류제국(2006∼2008년·현 LG)은 완투나 완봉 기록이 없다. 이상훈(2000년)과 구대성(2005년)은 불펜투수로만 활약했다.
○점점 희귀해지는 완봉승
다시 메이저리그 기록으로 돌아가보자. 완봉승을 가장 많이 거둔 상위 50명 중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투수는 35명이나 된다. 가장 최근에 은퇴한 선수로는 로저 클레멘스(1984∼2007년)가 46차례의 완봉승으로 역대 공동 26위에 랭크됐다. 그러나 약물복용 사실이 들통 난 클레멘스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가능성은 낮다.
현역 선수 중 역대 244위로 순위가 가장 높은 할러데이는 14년간 20차례 완봉승을 거뒀으니 약 2년에 3회 꼴이다. 크리스 카펜터(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15차례), 팀 허드슨(애틀랜타 브레이브스·13차례), CC 사비시아(뉴욕 양키스·12차례), 클리프 리(필라델피아·12차례)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다저스의 에이스 커쇼는 25세에 불과하지만 160경기에 선발 등판해 완투 10차례, 완봉승 6차례를 기록 중이다.
완봉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는 1993년 콜로라도 로키스의 기록을 살펴봐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플로리다 말린스와 함께 메이저리그에 새로 합류한 로키스는 67승95패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승리를 따낸 67경기 중 완봉승은 아예 없었다. 162경기 중 약 3분의 1 정도를 소화한 2013시즌 다저스는 커쇼와 류현진이 이미 한 차례씩 완봉승을 거뒀다.
투구수가 제한되고 투수의 분업화가 이뤄지면서 완봉승은 매우 진기한 기록으로 바뀌고 있다. 1999년 이후 단일시즌에 5차례 이상 완봉승을 거둔 투수는 단 4명(AJ 버넷·돈트렐 윌리스·CC 사바시아·클리프 리)에 불과하다.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다르빗슈 유(텍사스 레인저스)는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후 23승을 거뒀지만 아직 완투를 한 적은 없다.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상대한 올 시즌 개막전에서 9회 2사까지 삼진을 14개나 잡으며 퍼펙트게임을 이어갔지만, 마윈 곤살레스에게 안타를 허용한 뒤 마운드에서 물러나 데뷔 첫 완봉승과 완투의 기회도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다저스 신인투수가 완봉승을 거둔 것은 18년 만의 일이다. 1995년 노모 히데오도 빅리그 데뷔 11경기 만에 완봉승을 따냈다. 그 해 노모는 내셔널리그 최다인 3차례 완봉승을 거두는 등 4차례 완투하며 13승6패, 방어율 2.54로 신인왕을 차지했다. 29일 거둔 류현진의 값진 완봉승이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그 신인왕으로 이어질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