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기록을 꿰고 있는 야구팬들에게 새로운 지적 유희를 선사할 한국야구학회(SKBR)가 출범한다. 한국야구학회는 6월 1일 서울대 수의과대학 스코필드홀에서 ‘제1회 한국야구연구학회 학술대회 및 창립총회’를 개최한다. 초대 회장은 야구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뇌과학자, 정재승 KAIST 교수(41·사진)가 맡았다. 정 교수는 ‘프로야구 원년 백인천 이후 왜 4할 타자가 멸종했을까’라는 물음을 가지고 지난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모집한 시민 58명과 ‘백인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프로젝트를 하면서 우리나라에 야구 ‘덕후(일본어 오타쿠·한 분야에 전문가 이상으로 빠져든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았다. 이분들 덕분에 프로야구 30년에 관한 기록들을 가질 수 있었다. 그걸 계기로 일회성 프로젝트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가진 데이터를 남들과 공유하고 학문적으로 야구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리틀야구단 출신인 정 교수는 어린 시절 롯데 김용희, 최동원의 광팬이었다. 대학 시절까지 거의 모든 프로야구 중계를 챙겨 볼 정도였다. 뇌과학자답게 그는 “선수들 간의 심리전에 눈길이 간다”고 했다. “가령 투수가 안타를 맞을 때 타자와 눈을 맞춘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아이콘택트와 몸동작으로 상대를 속이고 파악하는 현상도 나같이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에게는 흥미로운 연구 주제다.” 정 교수는 한국야구학회가 학자들만의 모임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야구팬들이 나름의 데이터와 논리를 가지고 조금 더 분석적으로 야구를 즐기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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