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표팀 GK 정성룡은 2011년 11월 ‘베이루트 참사’를 생생하게 기억했다. 아무도 예상 못한 1-2 패배. 설상가상 조광래 감독의 경질로 이어졌다.
그러나 결과보다 무서웠던 건 관중들의 비상식적 행동이었다. 경기장 밖에 배치된 탱크보다도 관중들이 쏘아대는 레이저 불빛이 참기 힘들었다. 경기를 고의적으로 방해할 목적이었다. 대표팀은 관중들의 도가 넘은 행동에 크게 당황했다. 자연스레 경기를 그르쳤다. 정성룡은 “경기를 뛰면서 거슬린다는 느낌을 계속 받았다”고 토로했다. 공격수 이근호는 “젊은 선수들이 많아 레바논의 경기장 분위기에 쉽게 휩쓸렸다”고 지적했다. 당시 레바논 국민들은 경기장이 무료로 개방되자 경기 전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 질서는 오간데 없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적극적인 대응 방침을 시사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FIFA 안전담당관 살로만 남샨이 2일 시립운동장에서 열린 대표팀 훈련장을 찾았다. FIFA는 각 국가마다 1명의 안전담당관을 지명하고 있다. 그러나 FIFA가 직접 자국인이 아닌 외국인 직원을 파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대표팀 관계자는 “실제로 대표팀 경기에서 안전담당관이 파견된 것은 역대 처음 있는 일이다”고 말했다.
남샨은 2일 15분 공개된 대표팀 훈련장에서 취재진과 레바논 축구협회 직원들이 미적거리자 철수를 재촉하기도 했다. 안전담당관은 경기장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는 어떤 능력도 갖지 않지만 경기 내 질서 유지만큼은 각별하게 신경 쓴다. 관중들의 무질서와 비상식적 행동을 막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후 징계를 내리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