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박용택(34)이 5일 만에 또 한 번 만루포를 가동하면서 팀에 5-3 승리를 안겼다.
박용택은 5일 잠실 두산전 3회말 1사 만루서 김선우의 초구(시속 119km·커브)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기는 그랜드슬램(비거리 110m)을 쏘아 올렸다. 지난달 31일 광주 KIA전 만루홈런에 이어 불과 5일 만에 다시 터트린 개인통산 5번째 만루홈런이었다.
올 시즌 내내 제대로 된 밸런스에서 타격을 하지 못했다는 박용택은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5월 한 달 타율 0.360(75타수 27안타) 2홈런 11타점을 기록하며 이름값을 했다. 그러나 6월 들어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이날 경기 전까지 박용택의 6월 타율은 0.182(11타수 2안타).
LG 김기태 감독은 그의 부진에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지난달 초 원정 이동 중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타격 밸런스 훈련을 하던 박용택을 바라보며 “저렇게 열심히 하는 선수가 또 있나싶다”며 두터운 신뢰를 드러낸 바 있다.
LG는 주장 이병규가 신들린 듯한 타격감(시즌 타율 0.392)을 과시하며 박용택의 공백까지 대신해왔다. 6월 들어선 무려 5할(12타수 6안타)을 쳤다. 최고조의 타격감을 뽐내던 이병규는 5일 잠시 브레이크(4타수 무안타)가 걸렸다.
그러나 LG는 더 이상 스타플레이어 한 명의 부진에 휘둘리는 팀이 아니었다. 결정적 찬스에서 터진 박용택의 ‘한방’은 이병규의 ‘하루 부진’까지 털어내는 ‘상부상조(相扶相助)’ 홈런이었다.
박용택은 올 시즌 콘택트 위주의 타격에 집중하면서 홈런포 신고는 뜸했다. 시즌 마수걸이 홈런도 개막 후 31경기 만에(5월 12일 사직 롯데전) 신고했을 정도다. LG 팬들조차 ‘박용택의 장타를 본 것이 언제냐’는 반응을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1호 홈런 이후 20일 만에 2호 홈런을 신고한 박용택은 또 한 번 간격을 훨씬 앞당겨 시즌 3호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박용택의 장타 부재에 마음을 졸였던 LG 팬들에게 이날의 만루홈런은 속을 후련하게 하는 청량제와도 같았다. 동시에 그의 장타 본능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한방이기도 했다. “박용택, 살아있네!”
● LG 박용택=5일 전(5월 31일) 광주에서 만루홈런을 치면서 느낌이 좋았다. 만루 찬스가 됐을 때 5일 전 느낌과 비슷해서 외야로 가볍게 친다는 생각으로 타격했는데, 타구가 뻗어 홈런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