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둑도 작은 구멍 하나 때문에 무너질 수 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이 같은 사실을 잘 아는 지도자다.
팀은 6월 들어서도 선두를 질주하며 잘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염 감독은 최근 들어 종종 선수단을 향해 쓴소리를 해 가며 분위기를 다잡았다. 위기는 사소한 사건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적, 직감적으로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KIA와의 3연전이 시작된 7일에도 염 감독은 선수들에게 사생활에 더욱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다.
그랬기에 9일 터진 김민우의 무면허 음주운전 사고는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김민우는 이날 오전 5시경 술을 마신 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호텔 앞에서 자신의 아우디 차량을 후진시키다가 뒤에 있던 택시를 들이받고 도주했다. 넥센은 김민우에게 정규시즌 30경기 출장 금지와 벌금 1000만 원을 부과하는 중징계를 내렸다.
훈련 때부터 선수단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경기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였다. 넥센은 이날 무려 5개의 실책을 남발하며 KIA에 4-6으로 졌다. 2008년 팀 창단 후 가장 많은 실책이었다.
1회 초부터 실책으로 허무하게 점수를 내줬다. 1사 2루에서 김주찬의 평범한 땅볼을 유격수 신현철이 놓치면서 1사 1, 3루 위기를 맞았다. 선발 나이트가 나지완을 삼진으로 잡았지만 포수 허도환이 도루 저지를 위해 2루로 송구한 공이 뒤로 빠지면서 첫 실점을 했다. 곧이어 최희섭의 안타로 스코어는 0-2로 벌어졌다. 4회에도 신현철이 또다시 평범한 땅볼을 놓쳤고, 6회에는 중견수 이택근이 안치홍의 우중간 안타를 더듬으며 2루 베이스를 허용했다. 7회에는 1루수 박병호가 이용규의 파울 타구를 놓쳤다. 넥센은 1-6으로 뒤진 8회 3점을 따라붙고 9회 말 마지막 공격에서도 2사 1, 3루 찬스를 잡았으나 박병호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승부를 뒤집는 데 실패했다. 삼성은 대구경기에서 두산을 4-2로 꺾으며 32승 1무 18패로 넥센과 함께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두산은 최근 5연패. 롯데는 LG를 8-2로 꺾고 2연패에서 벗어났고, 한화는 연장 11회 접전 끝에 SK에 8-4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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