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E1 채리티 오픈에서 우승한 김보경(27·사진) 뒤에는 9년 동안 딸의 캐디백을 멘 아버지 김정원 씨(57)가 있었다.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 김보경은 환한 웃음을 지었지만 김 씨는 등을 돌려 몰래 눈물을 쏟았다.
김보경은 당시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골프를 쳐 본 적도 없는 분이다. 그런데 나 하나만 바라보고 운전하랴 캐디 보랴 온갖 일을 다 하셨다. 관절도 안 좋아서 라운딩을 할 때는 파스 붙이고 붕대 감고 나오신다. 많이 죄송하다”고 말했었다.
9일 제주 롯데스카이힐 제주 골프장(파72·6288야드)에서 끝난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에서 김보경의 캐디는 아버지 김 씨가 아니었다. 고질인 무릎 통증으로 이번 대회에서는 캐디백을 멜 수 없었다. 그 대신 하우스 캐디인 김정훈 씨(32)가 나섰다.
하지만 아버지가 없어도 김보경의 샷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2위 양수진(22·정관장)에게 2타 앞선 단독 선두로 최종 3라운드를 시작한 김보경은 보기 없이 버디만 2개를 잡아내며 최종 합계 5언더파 211타로 우승했다. 2위 최혜정(이븐파 216타·볼빅)에게 5타 앞선 여유 있는 우승이었다.
김보경은 지난주에 이어 2주 연속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올 시즌 KLPGA에서 가장 먼저 2승째를 올렸다. 개인 통산 3승째. 1억 원의 우승 상금을 받은 김보경은 총상금 2억5550만 원으로 상금 랭킹 3위에 올랐다. 김보경은 “14일 시작하는 S-Oil 인비테이셔널 캐디를 구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아버지가 또 캐디를 맡아주셔야 할 것 같다”고 걱정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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