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만 해도 SK와 두산의 맞대결은 프로야구 최고의 ‘빅 카드’였다.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 두 팀이 맞붙는 경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11일부터 사흘간 잠실에서 열리는 두 팀의 맞대결은 ‘디딤돌 매치’가 되고 말았다. 두산이 6위(승률 0.481), SK가 7위(0.458)로 처져 있어 상대를 발판으로 삼아 상위권으로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SK의 부진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것. 2년 연속 준우승 팀이기는 하지만 세대교체가 더딘 데다 마무리 투수 정우람이 군 문제로 이탈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마무리 투수 박희수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서 부상을 얻어 돌아왔다.
반면 두산은 올 시즌 개막 전 전문가 대부분이 3강 후보로 꼽았던 팀. 두산은 승률 0.650으로 1위 KIA에 겨우 한 게임 뒤진 3위로 4월을 마치며 강팀 이미지를 심었다. 그러나 그 뒤 32경기에서는 12승 20패(승률 0.375)로 처졌다. 특히 9일 경기에서 삼성에 2-4로 패하면서 시즌 첫 5연패에 빠졌다.
얼핏 보면 타격은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두산은 팀 OPS(출루율+장타력) 0.781로 1위 넥센(0.782)과 거의 차이가 없는 2위. 팀 타율(0.285)과 팀 출루율(0.378)은 1위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문제는 여기에 있다. 좋은 타자가 너무 많다 보니 ‘선택과 집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올해 두산은 민병헌 정수빈 박건우가 외야 한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김재호 허경민이 주전 유격수 손시헌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1루수도 ‘만원’이다. 올 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 최준석은 물론이고 2루수 자원 오재원, 3루수 자원 윤석민도 1루 수비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두산의 타순과 포지션이 경기마다 달라지는 경우가 잦다. 그나마 붙박이는 FA로 롯데에서 건너온 지명타자 홍성흔 정도뿐이다. 한 베테랑 선수는 “팀 내에서 내 역할이 무엇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두산이 ‘6월 대반격’을 꿈꾼다면 야수들의 ‘제자리 찾기’가 필요하다. ‘화수분 야구’를 자랑하는 팀일수록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두산에 고무적인 건 외국인 투수 올슨이 부상에서 돌아오고, 이용찬의 복귀도 다가오는 등 투수력이 점점 완성돼 가고 있다는 점이다. 원투 펀치 니퍼트, 노경은도 점점 구위를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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