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환한 웃음을 지었다.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최강희 감독은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한국 우즈베키스탄 7차전에서 1-0으로 승리한 뒤 기자회견장에 평소대로 무표정한 얼굴로 나타났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 취재진이 “월드컵 본선에 우즈베키스탄과 이란 중 누가 올라갔으면 좋겠냐”라고 묻자 이란이 더 미우니 떨어졌으면 좋겠다고 농담을 던지며 환하게 웃었다. 그간의 부담감을 날려버린 듯한 웃음이었다.
2011년 12월 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최 감독은 쿠웨이트와의 3차 예선 최종전(2-0)을 이긴 뒤 카타르(4-1), 레바논(3-0)과의 최종예선 1, 2차전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었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전(2-2)에서 비기고 이란전에서 0-1로 패하는 등 위기를 맞았다. 특히 레바논전에서 졸전 끝에 1-1로 비기며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최 감독은 “레바논전 무승부 뒤 심리적으로 쫓겼다. 우즈베키스탄에 꼭 이겨야 한다는 사실에 부담이 컸다”고 말했다.
최 감독의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듯 이날 경기 시작 전부터 먹구름을 잔뜩 머금은 하늘에선 비가 내렸다. 한국은 선발로 예고됐던 손흥민(함부르크)과 함께 김신욱(울산)을 최전방 투 톱으로 내세웠다. 한국은 김신욱의 높이를 활용한 전술을 주로 사용했다. 우즈베키스탄은 위력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경기장을 찾은 한국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이날 경기장엔 5만699명의 관중이 모였다.
공방전 속에 한국은 상대 자책골로 선제골을 얻었다. 전반 42분 김영권(광저우)이 크로스한 공이 우즈베키스탄의 아크말 쇼라흐메도프(분요드코르)의 머리를 맞고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한국은 후반 우즈베키스탄의 파상 공세를 막아내며 승리를 지켜냈다. 하지만 이날 공수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박종우(부산)는 경고 누적으로 18일 울산에서 열리는 이란과의 최종예선 최종전에서 뛰지 못한다.
이날 한국 우즈베키스탄 전 승리로 4승 2무 1패(승점 14·골득실 +7)가 된 한국은 우즈베키스탄과의 승점차를 3으로 벌리며 조 1위를 굳게 지켰다. 한국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승리를 거두었지만 최 감독은 12일 새벽까지 가슴 졸이며 이란-레바논 전을 지켜봐야 했다. 12일 오전에 열린 이란-레바논전에서 이란이 패하면 한국은 최소 조 2위를 확정해 본선에 직행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란이 레바논을 꺾어도 한국은 이란과의 최종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본선에 진출한다. 최 감독은 “이란 원정에서 푸대접을 받았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꼭 이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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