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홈경기 전날 서울 강남 모 호텔에서 1박을 하는 게 오랜 전통이었다. 서울 뿐 아니라 대다수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구단들이 이렇게 한다.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와 집중력 상승이 목적이다. 사실 유럽구단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 서울은 6월 휴식기 이후 이를 전격 없애기로 했다. 프로선수들에게 다양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되 그에 따른 책임감 또한 함께 강화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서울 최용수 감독의 역발상이 시초였다. 최 감독은 4월 중순 합숙폐지를 생각했다. 그 시점이 눈길을 끈다. 서울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베갈타 센다이(일본) 원정에서 패하고 온 직후였다.
또한 서울은 당시 정규리그에서 1승도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경우 장기합숙으로 선수들에게 자극을 주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최 감독은 반대로 움직였다. 합숙과 경기력은 별개라 판단했고 선수들이 충분히 자기관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프로의식이 성숙해졌다고 믿었다.
최 감독은 자신의 의사를 구단에 전달했고, 선수들에게도 의견을 물었다. 찬성 쪽으로 기울자 서울은 5월8일 연세대와 FA컵 32강전, 6월1일 전남 드래곤즈와 K리그 클래식 12라운드에서 경기당일 모이는 시스템을 시범운영해 검증까지 마쳤다. 최 감독은 “프로선수가 갖춰야 할 몇 가지 조건이 있다. 명확한 목표 설정, 철저한 준비와 노력, 자기희생, 책임감이다. 그 동안 시행해왔던 경기 전 합숙 시스템도 많은 장점이 있다. 하지만 선수들 스스로 자신에 맞는 최적의 방식으로 컨디션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합숙을 통해 얻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판단으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나 더. 운영비도 크게 줄어든다. 홈경기 전날 합숙을 안 하면 연간 2억원 이상 세이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비용절감이 주 목적은 아니다. 부수적인 효과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