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쓰는 HE-스토리] 최한호 “경륜의 진짜 묘미는 분석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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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6월 14일 07시 00분


“전문가 역시 마음먹고 찍어도 30%밖에 못 맞혀요.” 최한호 경륜전문지 기자 협회장은 경륜팬들에게 ‘대박’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경륜의 묘미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고 당부했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전문가 역시 마음먹고 찍어도 30%밖에 못 맞혀요.” 최한호 경륜전문지 기자 협회장은 경륜팬들에게 ‘대박’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경륜의 묘미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고 당부했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 최한호 한국경륜전문지 기자협회장

17년전 우연히 접한 경륜에 운명처럼 끌려
내가 찍은 선수가 역전우승 할 땐 최고 희열


“사이클이 언제부터 이렇게 인기였지?”

1996년 10월의 어느 일요일 오후 올림픽 공원. 스물네 살의 대학생은 함성에 끌려 찾아간 벨로드롬을 보고 깜짝 놀랐다. 비인기종목으로만 알고 있던 사이클 경기에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들이 열광하고 있었다. 친구가 어깨를 툭 쳤다. “저건 사이클 경기가 아니고 경륜이란 거야”라고 알려줬다.

‘경륜? 저 자전거 경주가 그렇게 재미있나?’ 머릿속에 찾아든 호기심, 한 남자의 운명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한국경륜전문지 기자협회 최한호 회장(41·6대)의 17년 전 이야기다.

- 그날 이후 인생이 달라진 건가.

“그런 셈이다. 곧바로 PC통신 경륜동호회에 가입했고 본격적으로 경륜에 빠졌다. 그러다 1999년 10여개 신생 경륜전문지가 창간할 때 동호회 선배의 권유로 현재 회사(경륜투데이)에 입사하게 됐다.”

- 경륜의 매력은 무엇인가.

“경륜은 분석의 스포츠다. 내가 찍은 선수가 1착, 특히 마지막 직선주로에서 역전우승을 할 때의 희열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 러브스토리가 업계에 전설이다.

“경쟁업체 여직원과 몰래 데이트 끝에 결혼했다. 한마디로 적과의 동침이었다(웃음). 사무실이 같은 건물이어서 엘리베이터에서 눈인사를 나누는 사이였다. 회식 때 어울리다 사랑이 싹터 6개월 연애하고 1999년 12월에 결혼했다. 완벽한 비밀연애를 한 탓에 청첩장을 받은 업계 기자들 완전 ‘멘붕’이었다.”

- 요즘 경륜 매출이 하락세다. 전문가로서 해법을 제시한다면.

“저배당이 예상되는 경주가 혼전보다 매출이 높다. 이 점을 참고해 맞히기 쉬운 경주와 어려운 경주를 적절히 분배하는 것이 필요하다.”

- 만약 전문지 기자의 베팅이 허용된다면 얼마나 맞힐 수 있나.

“전문지 쌍승식 예상의 적중률은 30% 내외다. 일반 팬들보다 월등히 높지 않다. 다만 우리는 많은 경기를 관찰하고 각종 자료를 심층 분석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컨디션을 파악하는 데 용이하다. 이 점은 항상 책에 반영하고 있다.”

- 최장수(4년 연임) 협회장인데, 전문지 업체의 현안은.

“현재 광명스피돔에는 공단의 승인을 받은 12개의 전문지 외에 미인가 전문지 두개가 발행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어둠의 예상지’ 자료에 오류가 많아 팬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빨리 제도권 안으로 흡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젊은 기자의 수혈도 업계의 당면과제다.”

- 경륜팬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경륜을 관전스포츠로 즐겨 주셨으면 좋겠다. 베팅은 소액으로 즐기고, 좋아하는 선수가 우승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자세를 부탁하고 싶다.”

광명|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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