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10월의 어느 일요일 오후 올림픽 공원. 스물네 살의 대학생은 함성에 끌려 찾아간 벨로드롬을 보고 깜짝 놀랐다. 비인기종목으로만 알고 있던 사이클 경기에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들이 열광하고 있었다. 친구가 어깨를 툭 쳤다. “저건 사이클 경기가 아니고 경륜이란 거야”라고 알려줬다.
‘경륜? 저 자전거 경주가 그렇게 재미있나?’ 머릿속에 찾아든 호기심, 한 남자의 운명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한국경륜전문지 기자협회 최한호 회장(41·6대)의 17년 전 이야기다.
- 그날 이후 인생이 달라진 건가.
“그런 셈이다. 곧바로 PC통신 경륜동호회에 가입했고 본격적으로 경륜에 빠졌다. 그러다 1999년 10여개 신생 경륜전문지가 창간할 때 동호회 선배의 권유로 현재 회사(경륜투데이)에 입사하게 됐다.”
- 경륜의 매력은 무엇인가.
“경륜은 분석의 스포츠다. 내가 찍은 선수가 1착, 특히 마지막 직선주로에서 역전우승을 할 때의 희열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 러브스토리가 업계에 전설이다.
“경쟁업체 여직원과 몰래 데이트 끝에 결혼했다. 한마디로 적과의 동침이었다(웃음). 사무실이 같은 건물이어서 엘리베이터에서 눈인사를 나누는 사이였다. 회식 때 어울리다 사랑이 싹터 6개월 연애하고 1999년 12월에 결혼했다. 완벽한 비밀연애를 한 탓에 청첩장을 받은 업계 기자들 완전 ‘멘붕’이었다.”
- 요즘 경륜 매출이 하락세다. 전문가로서 해법을 제시한다면.
“저배당이 예상되는 경주가 혼전보다 매출이 높다. 이 점을 참고해 맞히기 쉬운 경주와 어려운 경주를 적절히 분배하는 것이 필요하다.”
- 만약 전문지 기자의 베팅이 허용된다면 얼마나 맞힐 수 있나.
“전문지 쌍승식 예상의 적중률은 30% 내외다. 일반 팬들보다 월등히 높지 않다. 다만 우리는 많은 경기를 관찰하고 각종 자료를 심층 분석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컨디션을 파악하는 데 용이하다. 이 점은 항상 책에 반영하고 있다.”
- 최장수(4년 연임) 협회장인데, 전문지 업체의 현안은.
“현재 광명스피돔에는 공단의 승인을 받은 12개의 전문지 외에 미인가 전문지 두개가 발행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어둠의 예상지’ 자료에 오류가 많아 팬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빨리 제도권 안으로 흡수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젊은 기자의 수혈도 업계의 당면과제다.”
- 경륜팬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경륜을 관전스포츠로 즐겨 주셨으면 좋겠다. 베팅은 소액으로 즐기고, 좋아하는 선수가 우승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자세를 부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