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사이클 대회는 극한의 체력과 인내력을 요구한다. 프랑스 사람들이 투르 드 프랑스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거인’이라고 부르며 존경하는 것도 그래서다. 멀쩡한 몸으로도 견디기 힘든 이런 레이스에 ‘침묵의 살인자’ 당뇨병을 앓고 있는 이들이 참가하고 있다.
9일 막을 올린 동아시아 최고의 국제 도로 사이클 대회 ‘투르 드 코리아 2013’에 출전한 ‘팀 노보노디스크’(미국)는 모든 선수가 당뇨병 환자들로 구성된 세계 최초의 팀이다. 이 팀은 주요 대회 우승자 및 3위 내 입상 경력이 있는 10개국 17명의 선수로 구성됐다. 덴마크에 본사를 둔 제약회사 노보노디스크가 후원사다. 전 세계에 3억7000만 명으로 추산되는 당뇨병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희망을 주고, 당뇨병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이 병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기 위해 창단된 팀이다. 이번 대회에는 17명 가운데 7명이 참가했다.
이 팀의 감독 마시모 포덴차나(이탈리아) 역시 당뇨 환자다. ‘지옥의 레이스’ 투르 드 프랑스에 출전해 구간 우승까지 차지한 적 있는 스타 선수 출신이다. 포덴차나 감독은 “다른 팀과 달리 우리 팀 선수들은 레이스 내내 혈당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당뇨 환자라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우리의 의무다. 현재 19위로 우승이 쉽지는 않겠지만 마지막 두 구간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당뇨병을 앓고 있으면 격렬한 운동을 하기 어렵지만 이 팀 선수들은 극한의 레이스를 치를 수 있도록 충분히 훈련을 받았다. 어릴 적 포덴차나 감독의 경기를 보며 사이클 선수의 꿈을 키웠다는 이 팀의 마르틴 베르스호르(네덜란드)는 “혈당이 떨어지면 급격하게 피로해지기 때문에 센서를 착용해 수시로 혈당을 체크한다. 응급 상황 때는 갖고 다니는 인슐린 주사를 직접 놓는다. 사이클은 혈당을 유지하고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당뇨병이 무언가를 할 때 방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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