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리그 역대 최고의 외국인타자로는 펠릭스 호세(전 롯데)가 꼽힌다. 그는 호쾌한 장타력과 화끈한 쇼맨십으로 팬들의 마음을 단단히 사로잡았다. 그런데 호세를 데려온 이가 다름 아닌 한화 김응룡 감독이었다.
14일 사직구장. 김 감독은 덕아웃에서 롯데 구단이 홈경기 때 ‘응답하라 1999’ 이벤트를 열어 관중유치를 꾀한다는 얘기가 나오자, 1999년 호세와의 추억을 공개했다. 처음 외국인선수제도가 도입됐을 때는 트라이아웃을 거쳐 선발했다. 1999년에는 호세가 최대어였다. 당시 30대 중반에 하향세이긴 했지만, 1991년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뽑힐 정도로 실력이 증명된 타자였다. 그러나 그 ‘커리어’가 문제였다. 호세가 트라이아웃 불참을 선언한 것이다.
그런 호세를 설득한 이가 김 감독이었다. 김 감독은 “주위에 조언을 구했더니 호세가 쓸 만하다고 했다. 그런데 트라이아웃에 안 온다고 하더라. 그때는 나도 잘 나가던 시절이었으니까, 구단(해태)에 상의도 안 하고 ‘얼마 줄 테니 오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호세는 김 감독의 설득에 트라이아웃에 참여했지만 “방망이 한 번 안 휘둘렀다”고 한다. 메이저리그 출신의 자존심이었다. 김 감독은 “호세가 좋은 선수인 것은 어떻게 알고, 롯데 단장과 감독이 나를 찾아와서 양해를 구하더라. 롯데 지명권이 해태 앞 순서여서 ‘데려가시라’고 했다”고 밝혔다.
해태 입장에서도 호세라는 대어를 놓아주기는 쉽지 않았을 터. 게다가 김 감독이 롯데의 제안을 거절했다면, 어쩌면 호세는 붉은색 상의에 검은색 바지를 입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지명순서가 그렇게 되니까 원칙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또 그때는 해태가 계약금을 그만큼 줄 수 있을지 미지수여서 양보했다. 우리는 (트레이시) 샌더스를 데려와서 잘 쓰지 않았나”라며 껄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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