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할타자’은 일류타자의 변함없는 첫 번째 조건이다. 야구가 현대화하면서 출루율+장타율인 ‘OPS’, 경기당 득점생산 등 새로운 지표가 계속 등장하고 있지만, 전광판에 찍힌 3할 타율이 주는 상징성을 넘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해 3할 이상을 기록한 타자는 리그 전체에서 고작 13명뿐이었다. 팀당 2명이 채 되지 않았다. 그만큼 신인이 프로 1군 첫 해에 3할을 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NC의 ‘라이징 스타’ 나성범(24)은 완벽한 신체조건에 타격의 정확성과 파워, 주루, 수비 능력을 두루 겸비했다고 평가받는
신인이다. 조금씩 타율을 끌어올리면서 어느덧 3할 이상을 치고 있다. 그가 시즌 마지막까지 0.300 이상의 타율을 유지할 경우
프로야구 31년 역사상 14번째, 그리고 무려 15년 만에 ‘신인 3할타자’가 탄생한다.
신인 3할 타자는 프로야구
초창기에도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1983년 삼성 장효조가 0.369의 타율을 기록했고, 같은 해 OB 박종훈이 0.312,
롯데 유두열이 0.307로 각각 프로 데뷔해에 3할을 쳤다. 특히 유두열은 지금까지 깨지지 않고 있는 유일한 ‘고졸 신인
3할타자’였다. 이후 1985년 해태 이순철, 1987년 빙그레 이정훈, 1989년 삼성 강기웅, 1990년 해태 이호성,
1992년 삼성 동봉철, 1993년 삼성 양준혁, 1994년 LG 서용빈과 유지현, 1997년 LG 이병규가 프로 첫해 3할을
기록했다. 마지막 신인 3할타자는 삼성 강동우(현 한화)로 1998년 정확히 3할을 쳤다.
나성범은 손바닥 골절로
재활에 매달리느라 1개월 늦게 1군에 데뷔했다. 그러나 폭발적 힘과 정확한 타격을 함께 보여주며 17일까지 32경기에서 135타수
41안타(타율 0.304) 3홈런 26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아직 규정타석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말 말에서 7월 초면 타격순위
10위권에 등장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신인이 3할을 치기 위해선 아마추어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경기수와 다양한 투수들, 상대의 예리한 전력분석을 모두 이겨내야 한다. NC 김경문 감독은 “(나성범을 향해) 더 많이 기대하는
시선도 있지만, 부상도 이겨내며 기대 이상 좋은 출발을 했다”고 평가했다.
나성범 스스로도 1군의 높은 벽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만큼 꾸준한 성적을 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그는 “1군에선 경기 중반 수준급
왼손 투수가 나 하나를 상대하기 위해 마운드에 올라 전력투구를 한다. 처음에는 이것저것 생각을 많이 해서 더 어려웠다. 지금은
단순하게 투수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이 좌완 선발이 나와도 3번 타순에 고정 배치하면서 나성범과 1군 왼손투수의
승부횟수는 이미 59타석을 넘었다. 오른손투수(0.293)보다 왼손투수(0.308)를 상대로 더 높은 타율을 기록하면서 나성범은
15년 만에 신인 3할타자를 향해 한 발짝씩 다가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