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32·퀸즈파크레인저스)이 바라본 홍명보(44) 축구대표팀 감독이다. 24일 상하이 르네상스 호텔에서 박지성을 만났다. 자신이 주최한 ‘삼성화재 2013아시안드림컵 자선경기’가 전날 성공적으로 끝나 홀가분해보였다. 축구협회는 이날 홍 감독을 차기대표팀 사령탑으로 공식발표했다. 박지성은 홍 감독과 인연이 깊다. 박지성의 어린시절 롤 모델이 홍 감독. 둘은 대표팀에서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함께 썼고, 2006독일월드컵 때는 코치와 선수로 호흡을 맞췄다. 박지성은 올 여름 거취와 은퇴시점, 은퇴 후 행보 등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털어놨다.
-박지성이 보는 홍명보는.
“선수로서 나쁜 말이 나올 수가 없다. 전설이라 불릴만하고 주장 역할이나 모든 부분에서 후배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그만큼 실력과 자기관리를 보여주셨다. 제가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독일월드컵 때 코치와 선수로 함께 했는데, 지도자로서 홍명보는.
“당시는 저에게 선수 이미지가 더 강했다. 의견조율을 잘 해주셨고 하나로 뭉치는 데 많은 역할을 하셨다. 청소년, 올림픽 감독 하실 때 후배들에게 들어보니 동기부여나 선수를 하나로 묶는 부분에서 훌륭한 능력을 보여주셨더라. 전에도 말했지만 지도자로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감독이다.”
-대표팀 복귀를 바라는 목소리가 많다.
“팬들이 그만큼 저에게 믿음을 갖고 계시는 거니 감사하다. 하지만 제 판단은 변하지 않는다. 팬들께는 죄송하다.”
-본인을 홍 감독과 비교하자면 후배들에게 어떻게 비춰지는 것 같은가.
“그건 후배들에게 물어봐야.(웃음) 농담 삼아 군기 잡는 선배는 아니라고들 한다. 가장 많이 물어보는 건 유럽에서 어떻게 혼자 생활했느냐는 거다. 다들 신기해한다.(조언은) 정신적인 부분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좋을 때도 있지만 분명 안 좋을 때도 있다. 안 좋을 때를 이겨내면 오래 선수생활을 할 수 있다.”
-최근 대표팀에 해외파, 국내파 갈등 이야기가 불거졌다.
“중요한 건 경기력이다. 남아공 때는 최종예선이 순조로웠지만 이번에는 우여곡절이 많아 안 좋은 게 부각된 것 같다. 유럽파와 국내파 갈등은 없다고 본다. 지금 해외파 선수들이 유럽에서 태어나 자란 것도 아니다. 청소년, 올림픽, K리그에서 다 같이 생활했다.”
-만약 올 여름 이적한다면 최우선 고려사항은.
“안정적으로 경기를 뛰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보장해 주는 팀은 없다. 내가 잘 해서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이적이 불발되면 챔피언십(2부 리그)에서 뛸 수도 있나.
“충분히 가능성 있다. 2부 리그에서 뛴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중동이나 중국, 미국도 가능한가.
“지난번에 말했듯 모든 가능성이 다 있다.(미국에 대해 거부감이 있나) 없다. 프리미어리그 출신들도 많이 갔고 (홍)명보 형도 뛰었고 (이)영표 형도 있지 않나.”
-유럽 내 이적이 1순위면 그 중에서도 프리미어리그 잔류가 1순위인가.
“그렇지는 않다.(프랑스 AS모나코는) 전혀 이야기도 없었다.”
-올 여름 이적하는 팀이 선수생활의 마지막 팀이라고 보면 되나.
“작년에도 QPR이 마지막 팀이라는 생각이었다.(웃음) 만약 이적하면 당연히 마지막 팀이지 않을까.”
-작년에 앞으로 선수 생활이 2∼3년 남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제는.
“1년 지났으니 수학적으로 따져보면 나오지 않나. 그만큼 남았다고 생각 한다.”
-10년 후쯤 뭘 하고 있을 것 같나.
“행정일 시작하지 않았을까.(지도자는 역시 생각 없나) 전혀 없다. 좋은 행정가가 될 수 있도록 기초적인 부분을 배우고 채워나갈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