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인비, 세리도 못한 ‘올해의 선수’ 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5일 03시 00분


아칸소 챔피언십 연장서 유소연 꺾어
시즌 5승… 벌써 박세리 기록과 동률
한국인 한시즌 메이저 최다승도 유력

“우리 나갈 길 멀고 험해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박인비(25·KB금융그룹)는 지금도 가수 양희은이 부른 ‘상록수’ 가사 일부를 생생히 기억한다. 박세리(36·KDB금융그룹)가 1998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US오픈에서 ‘맨발 투혼’으로 우승한 뒤 한동안 박세리의 우승 장면이 TV에 나올 때마다 이 노래가 배경 음악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박인비는 그 노래를 흥얼거리며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했다.

‘세리 키즈’의 선두 주자 박인비가 마침내 ‘우상’ 박세리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24일 미국 아칸소 주 로저스의 피너클 골프장(파71·6389야드)에서 끝난 LPGA투어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 평소 절친하게 지내는 유소연(23·하나금융그룹)과 최종 합계 12언더파 201타로 동타를 기록한 박인비는 연장 첫 번째 홀에서 1.2m 버디 퍼팅을 성공시켜 파에 그친 유소연을 꺾었다.

시즌 다섯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린 박인비는 2001년과 2002년 박세리가 세운 한국 선수 LPGA 한 시즌 최다승 기록(5승)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LPGA 개인 통산 8번째 우승.

같은 5승이지만 페이스는 박인비가 훨씬 빠르다. 자신의 한 시즌 최다 상금 기록을 세운 2002년 박세리는 21개 대회에 출전해 5승을 거뒀다. 반면 박인비는 올 시즌 12개 대회 만에 5승을 올렸다. 아직 시즌이 절반가량 남아 있기 때문에 박세리의 기록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

최근 박인비의 상승세를 감안할 때 2000년대 ‘골프 여제’로 군림했던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기록에도 도전해볼 만하다. 소렌스탐은 2002년 11승, 2005년에 10승을 각각 올렸다. LPGA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은 1963년 미키 라이트가 세운 13승이다.

박인비는 이미 올 시즌 두 차례의 메이저대회를 모두 제패해 남은 3개 대회 가운데 1승만 더하면 한국 선수 한 시즌 메이저 최다승 기록도 새로 쓴다. 종전 기록은 역시 박세리가 갖고 있다. 박세리는 1998년 US여자오픈과 LPGA챔피언십을 제패하며 2승을 올렸다. 이르면 27일 개막하는 US오픈에서 기록 경신이 가능하다. US오픈에 이어 브리티시오픈과 올해부터 메이저대회로 승격한 에비앙 마스터스까지 우승하면 한 시즌에 모든 메이저대회를 제패하는 ‘그랜드 슬램’도 달성할 수 있다.

박인비가 시즌 전 목표로 세웠던 한국인 최초 ‘올해의 선수’상 수상도 유력해졌다. 박인비는 벌써 221점을 얻어 2위 스테이시 루이스(92점·미국)를 100점 차 이상으로 앞서고 있다.

박인비는 “두 대회 연속 우승했지만 빨리 그런 기분을 가라앉히고 코스에 집중할 것”이라며 “LPGA투어 사상 몇 번째라거나 누구의 기록을 깬다거나 하는 말들에는 신경을 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또 그는 “US오픈을 앞두고 좋은 결과를 내 자신감이 생겼다. 다가오는 US오픈이 기대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박인비는 이날 발표된 세계 여자골프 랭킹에서 12.04점을 받아 2위 루이스(8.52점)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독주 체제를 갖췄다. 11주 연속 세계 1위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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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선수#박인비#유소연#박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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