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류현진을 보기 위해 대전구장을 찾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김혁민의 직구 구위에 놀랐다. 실제로 김혁민의 직구는 국내 프로야구 최정상급이다.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묵직한 강속구는 상대 타자들을 압도한다. 프로야구 역대 개인 최다 홈런 신기록(352개)을 달성한 이승엽도 “이런 투수가 있나 싶었다. 깜짝 놀랐다. 진짜 빠르게 느껴졌고 치기 어려웠다”며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이승엽은 지난해 김혁민을 상대로 8타수 1안타에 그쳤고, 올 시즌에는 3타수 1안타를 기록 중이다.
제아무리 좋은 직구도 제구가 되지 않으면 소용없는 법. 김혁민은 올 시즌 16개로 가장 많은 홈런을 맞았다. 현재 홈런 선두인 SK 최정이 때린 홈런과 같은 개수다. 올 시즌 16경기에 나왔으니 경기당 1개꼴로 홈런을 맞은 셈이다. 피홈런 부문 2위인 NC 아담(11개)과의 차이도 5개나 된다.
안타까운 점은 홈런을 몰아서 맞는다는 것이다. 김혁민은 가장 최근 등판한 21일 두산전에서 5와 3분의 2이닝 동안 홈런 3개, 볼넷 4개를 내주고 7실점했다. 7일 SK전에서는 2이닝 동안 홈런 4방을 맞고 8실점하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달 8일 NC전에서도 홈런 3개를 허용했다. 그럼에도 김혁민은 한화에서 바티스타(82이닝) 다음으로 많은 79와 3분의 2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한화에 바티스타와 이브랜드, 김혁민 말고는 고정된 선발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초구다. 김혁민이 던진 초구 가운데 6개가 담장을 넘어갔다. 초구에 안타를 맞은 것도 20개로 볼카운트 중 가장 많았다. 직구와 포크볼 위주의 초구가 낮게 제구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닝마다 기복이 큰 것도 초구의 여파다. 초구에 안타나 홈런을 맞으면 제구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한가운데로 다소 높게 공이 몰린다면 김혁민은 역대 프로야구 최다 피홈런 기록인 2009년 한화 안영명의 34피홈런을 갈아 치우는 불명예를 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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